미국의 금리 인상 후에도 약달러가 이어지면서 직장인들의 재테크 셈법이 복잡해졌다. 금리 인상기에 통장을 두둑하게 해주는 ‘달러 투자’ 수익률이 저조해지고 국내 수출효자 기업의 주가는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4월 미국이 일부 국가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예고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워져 투자자들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시장전문가들은 현재 시장이 예측대로 흘러가지 않고 혼란스러울 때는 역발상 투자를 꺼내본다. 시장에서 관심받지 못하는 지역 또는 대상이 성장기반을 갖췄다고 판단되면 투자하고, 이후 사람들이 모두 해당 투자대상이 좋다고 할 때 환매를 검토하는 식이다. 역발상 투자의 대가 데이비드 드레먼(David Dreman)은 역발상 투자의 원리를 명확히 설명한다. 펀드 매니저나 투자정보는 투자대상의 성장성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내놓지만 시장을 이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채권보다는 주식? 브라질·뱅크론 펀드 다시보기= 금리 인상은 대체로 채권가격의 하락을 의미해 채권보다는 주식투자가 유리하다. 실제로 최근 한 달간 국내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3.30%였지만 채권형펀드 수익률은 0.09%로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난해 크게 주목받은 ‘브라질 채권’에 대해서 만큼은 관대하다.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 자본유출이 예상되지만 최근 공격적인 금리 인하를 이어가는 브라질 채권은 올해 상승세가 예상된다는 것. 여기에 신흥국 중 거의 유일하게 비과세가 되는 것도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신환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 이후 헤알화 환율은 소폭 약세 압력을 받을 수 있지만 브라질 정부 맷집이 개선돼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연구원은 “올해 브라질은 강력한 구조개혁, 친시장정책 등으로 0.5~1.0% 가량 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며 “장기 투자 관점에서 수익률이 조정될 때는 오히려 매수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권했다.
뱅크론도 대표적인 안전투자상품이다. 뱅크론은 저신용 기업의 회사채(BBB- 미만)에 투자하는 변동금리 담보대출채권으로, 금리가 오를수록 부도율은 낮아지고 이자수익이 늘어난다. 국내에 설정된 대표 뱅크론 펀드 ‘프랭클린 미국금리연동’과 ‘이스트스프링미국뱅크론’은 최근 공모펀드 시장이 위축된 시기에도 누적설정액이 각각 1조1,462억원, 7,359억원(3월 31일 기준)에 이르는 기염을 토하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4월이 저점, ‘환테크’ 다시보기= 금리가 오르면 보통 원·달러 환율이 상승해 수출기업에 기대감이 커지지만 지난 3월 한 달 간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히려 2.27% 하락했다. 금리 인상 수준이 시장의 기대에 비해 약했던 탓에 시장에서는 “환율 1,100원 선이 무너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최근 전문가들은 ‘환율이 4월까지 하락한 후 상승 추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홍춘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4월 미국이 환율조작국 지정을 할 때까지 환율은 관망세지만 2·4분기에 1,100원 이하 저점을 형성한 후 다시 상승할 것”이라며 “올해 미국 금리 인상이 3회 예상되기 때문에 현재 오히려 비중을 늘리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 역시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을 충족하는 국가가 없고 몇몇 국가가 지정되더라도 영향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며 “트럼프의 친성장 정책은 꾸준히 달러화 강세 압력으로 작용해 연말에는 1,200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망대로라면 이번 달은 환테크가 적절한 시점이다. 투자자들은 달러를 저가에 매입해 외화 통장에 예치하고 환율이 상승할 때 되팔아 차익을 창출할 수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증권사 계좌만 있으면 달러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나 상장지수채권(ETN)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홍 연구원은 “재테크의 20% 가량을 달러에 투자한다고 생각하고 원·달러 환율 변동폭의 두 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이나 역외펀드 등도 좋은 투자수단”이라고 추천했다.
◇IT주 남들이 팔 때 다시 산다= 최근 코스피 지수가 상승하고 있는 데다 ‘금리 인상=강달러’공식으로 국내 수출주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뜨거워졌다. 전문가들은 깜짝 실적이 예상되는 ‘IT’ 업종을 중심으로 접근할 것을 권하고 있다. 코스피 영업이익 개선의 70% 가량을 IT업종이 이끌고 있어 향후 국내 증시가 정체되더라도 IT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8, 애플의 아이폰8 등 호재로 현재의 상승 국면을 이어갈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특히 하반기 환율이 상승세로 전환할 경우 실적에 더해 매력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코스피 순이익 전망치 상향에 대한 업종별 기여도를 보면 반도체 기여도가 110.4%에 이른다”며 “코스피 실적 컨센서스 상승은 업종 전반적인 개선 흐름이 아닌 특정 업종 및 기업의 차별화된 업황 개선에 의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펀더멘털 개선이 부족한데 지수가 상승한 업종이 많은데 실적 시즌이 다가올수록 이런 업종에 대해서는 차익 실현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며 “코스피는 추세적 상승이 지속되기보다 IT업종 차별화가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