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영화 ‘쉬리’로 데뷔한 김윤진(44·사진)은 올해로 18년차 배우다. 18년이라는 세월은 여배우에게 어쩌면 잊히는 시간일 수 있지만, 김윤진에게는 오히려 여배우로서의 존재감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시간 위의 집’에서 극 전체를 홀로 이끄는 미희 역이 김윤진에게 맡겨졌다는 것 자체가 그의 존재감을 방증한다. ‘국제시장’ 이후 3년 만에 ‘시간 위의 집’으로 돌아온 그를 최근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남편과 아들을 살해한 범인으로 몰려 25년의 수감생활 후 집으로 돌아와 실종된 아들을 찾아 나서는 주부 미희 역을 맡았다. 그는 젊은 미희와 나이 든 미희를 오가며 극 전체를 홀로 이끈다.
김윤진은 스릴러 장르에 원톱, 모성애라는 키워드에 사로잡혔다고 했다.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이 배역이 한정되기는 하지만, 모성애도 여성만이 표현할 수 있어요. 그리고 엄마라는 역할을 하나지만 다양한 엄마가 있어서, 엄마 역을 맡는다고 해도 다 같은 캐릭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작품에 대한 애정으로 그는 감독에게 열정적으로 많은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수많은 아이디어 중 채택된 것은 후두암 설정. 후두암이라는 설정은 25년간 표현하지 못한 억울함과 충격의 상징이었던 것. “25년 전 충격적인 사건을 겪었고, 눈앞에서 아들이 사라진 순간을 매일 생각하며 살았을 미희를 상상했어요. 젊은 미희와 나이 든 미희의 차이를 좀 더 확실하게 보여주는 건 외모 분장뿐만 아니라 목소리 변형이라는 생각도 했고요. 실제로 후두암에 걸린 환자분들의 목소리를 녹음해서 듣기도 했어요.”
김윤진은 18년간 사랑받는 비결에 대한 질문에 “질리지 않는 얼굴에, 가끔 나와서 그런 게 아닐까요?”라고 밝게 웃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또 미국 드라마에서 주연을 맡는 등 월드 스타로서 인기를 끄는 이유에는 겸손하게 답했다. “저는 월드 스타가 아니에요. 그냥 미국 드라마에 출연하니까 많은 이들이 볼 수 있어서 제 연기를 볼 수 있는 분들이 많은 것 뿐이에요.”
그는 비슷한 시기에 개봉을 하는 ‘쉬리’에 함께 출연했던 배우들의 흥행에 대한 바람도 전했다. “그동안 몰랐는데, 개봉 시기 등등 배급 과정이 정말 전쟁 같더라고요. 저를 비롯해서 ‘쉬리’에 출연했던 한석규 씨의 ‘프리즌’, 최민식 씨의 ‘특별시민’ 잘됐으면 좋겠어요. 물론 ‘시간 위의 집’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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