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사거리에 있는 광화문우체국에 들어서면 내부 통로가 카페와 이어져 있다. 카페는 우체국에 업무를 보러 왔거나 근처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등으로 항상 붐빈다. 원래 이곳은 광화문우체국이 쓰던 사무공간. 수익사업을 고민하던 우체국이 여유 공간을 기업에 빌려주기로 하면서 2014년 카페가 들어섰다. 카페 임대로 우체국이 벌어들이는 수입이 연 5억원이 넘는다니 성공작이라 할 만하다.
이런 방식으로 짭짤한 수입을 거두고 있는 우체국은 의외로 많다. 우정사업본부에서 직접 개발한 5개 우체국에서 올리는 임대수입만도 한 해 150억~200억원에 이를 정도다. 우체국에서 하는 일은 이뿐 아니다. 2013년 9월부터 알뜰폰을 팔고 있고 인터넷 쇼핑 사업도 활발하다. 오래된 대형 우체국 건물은 비즈니스호텔로 탈바꿈하기도 했다.
이렇게 우체국이 사업 다각화를 하는 것은 우편·예금 등의 전통적인 주력사업이 갈수록 힘들어지는 탓이다. 특히 우편 분야는 사양길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이 나올 정도로 어렵다. e메일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보편화하자 우편 물량이 확 줄었다. 2002년 55억통에 달하던 것이 2015년에는 30억통으로 줄었다.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을 장담하기 힘든 실정이다.
우체국의 몸부림은 전 세계 공통인 것 같다. 싱가포르우체국은 1년여 전 원스톱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도입해 ‘e커머스’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싹 바꿨다. 이 우체국의 협력업체는 현재 유니클로·필립스·트라이엄프 등 1,000개를 넘는다고 한다. 중국 샤오미의 경우 동남아 지역 판매의 80%를 싱가포르우체국에 맡기고 있다. 신속하고 안정적인 우체국 배송망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뉴질랜드에서는 곧 치킨을 배달해주는 우체국까지 등장할 모양이다. 뉴질랜드 우정사업본부가 수익 부진 만회를 위해 우체국에서 KFC 치킨을 배달하기로 결정했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다. 인터넷으로 치킨을 주문하면 우체부가 지정된 곳으로 배달해주는 방식이다. 이달 중 시범사업을 시작한 후 뉴질랜드 전역으로 확대한다고 한다. 손편지가 거의 사라진 디지털 시대,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으려는 우체국의 변신 노력이 눈물겹다. /임석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