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금융위·산은, 한국식 구조조정 채권단 부담만 키우는 구조 “새 틀 필요”

한중일금융산업협력위원회 세미나

시장친화적 방식 구조조정 도입 필요 강조

금융위, 이달 중순 새 구조조정 방안 발표



부실기업이 발생하면 자금을 빌려준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에 고통 분담이 가중되는 현재의 구조조정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회를 포함한 범정부차원의 협의체를 만들고 사모펀드(PEF) 등을 활성화해 시장을 통해 적기에 구조조정을 할 새 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중일금융산업협력위원회는 6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기업부채 부실 규모 및 손실예상 추정’을 주제로 제2차 공개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는 조장옥 서강대 교수가 사회를 맡고 김석기 금융연구원 부채연구센터장이 발표를 맡았다.

세미나에서 토론에 나선 정용석 KDB 산업은행 기업구조조정 본부장은 “기업구조조정은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 고통(비용) 분담이 전제되어야 하지만, (현재는) 손실 분담 대신 손실을 회피하고 전가하는 행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주주 등이 경영권과 기업 외형에 대한 집착과 큰 기업은 국경제적 파장을 고려해 죽이지 않는다는 ‘대마불사’의 논리로 지원만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 결과 자금을 빌려준 국책은행에 책임과 부담이 가중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부행장은 “정부와 정치권이 공동으로 구조조정과 관련한 이해관계자를 설득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사회와 국가적인 비용을 국책은행이 부담해야 할 경우 이를 실행할 수 있는 면책 등 법적·제도적 기반뿐만 아니라 경제적 지원 등을 당정 협의를 통해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제적 지원은 국책은행의 손실보전, 재원확충 등이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수조 원의 금융을 지원하면서 수출입은행 등의 자기자본비율(BIS)이 하락하는 등 정부와 국책은행이 주도하는 구조조정이 한계에 달했다는 취지다. 특히 경영을 지속할 수 없을 만큼 가치가 훼손된 글로벌 기업을 다시 사업 재편에 제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시장을 활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장 부행장은 “저금리와 자금 조달 방식의 다양화로 기업이 부실화된 이후 구조조정의 효과가 반감하고 있다”며 “비업무용 자산과 사업부 매각, 분할과 합병 등 사전적 재무전력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재무안정 사모투자펀드(PEF) 등 충분한 시스템과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PEF는 사전적 구조조정을 위한 자금조달 창구뿐 아니라 원활한 구조조정을 위한 최대 과제인 소유와 지배구조 합리화(소유와 지배의 분리)를 위해서도 활성화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적극적인 세제 혜택도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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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에 나선 이동훈 금융위원회 구조개선정책관보도 시장친화적인 구조조정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행 구조조정은 기업에 자금을 빌려준 시중은행이 기업의 신용위험을 평가하고 있다. 상황이 안 좋은 기업의 신용평가를 낮출 경우 은행은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해 수익이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은행들이 부실기업에 대해 온정적인 평가를 하는 관행이 있다. 적기에 기업에 재무상황을 정확히 진단하지 못하면 기업은 더 망가져 구조조정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이 오는 셈이다. 이 정책관보는 “기업구조조정의 주체가 돼야 할 채권은행들은 온정적·소극적 신용위험 평가 관행에서 벗어나 객관적이고 엄격한 기준에 근거해 효과적인 워크아웃이 곤란한 기업은 신속히 시장에 매각해야 한다”며 “구조조정의 주체이자 투자자 역할을 수행할 자본시장은 인수합병(M&A) 전략에서 한발 더 나아가,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새롭게 탈바꿈시켜 부가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문제점 등을 개선하기 위한 ‘시장 친화적 구조조정 방안’을 이달 중순 내놓을 예정이다. 이 정책관보는 “우리 시장은 기업 구조조정을 매끄럽게 작동해야 할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지 않고 이를 시장에서 보다 구조조정을 적극적으로 할 촉매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며 “은행의 보수적인 (신용평가 행위)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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