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 미국 플로리다주의 마라라고 리조트, 일명 ‘겨울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일(현지시간) 마침내 첫 악수를 나눴다. 트럼프 정권 출범 이후 처음으로 직접 마주한 두 정상 사이에는 잠시 어색한 기류가 흘렀지만 이들은 당초 예정보다 40분이나 긴 비공식 환담을 하며 스킨십을 쌓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맏딸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은 시 주석 부부와의 만찬 회동 때 나란히 앉아 막강 패밀리파워를 또 한번 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이날 오후5시10분께 마라라고에 검정 리무진을 타고 도착한 시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를 건물 앞으로 나와 직접 맞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무뚝뚝한 표정으로 차에서 내린 시 주석과 가볍게 악수한 후 펑 여사와 인사를 했고 두 정상 내외의 짧은 기념촬영도 이어졌다.
앞서 시 주석 내외는 직전 순방국인 핀란드를 출발한 뒤 오후1시40분께 팜비치 국제공항에 도착해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부부와 추이톈카이 주미 중국대사의 영접을 받았다. 중국 CCTV는 시 주석과 펑 여사가 틸러슨 장관의 환영을 받으며 레드카펫을 걷고 미군 의장대를 사열하는 장면을 5분가량 방송하며 미국 측의 환대를 부각시켰다. 백악관 관계자는 “회담 장소를 플로리다로 택한 것은 두 정상 간 첫 만남의 격식을 누그러뜨리고 실무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라라고에서 10㎞ 떨어진 ‘오 팜비치 리조트’에 숙소를 잡은 시 주석은 여장을 푼 후 이날 첫 공식행사인 만찬 회동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비공식 대화를 나눴다. 첫 만남의 경색된 분위기를 누그러뜨린 것은 트럼프의 외손녀이자 이방카의 딸인 다섯 살 아라벨라였다. 아라벨라는 유창한 중국어로 중국 대표 민요인 ‘모리화’를 부르고 동생 조지프와 당시(唐詩)를 외우기도 해 시 주석과 펑 여사를 흐뭇하게 했다.
당초 예정보다 40분 늦은 오후7시10분에 시작된 만찬에서 주최자인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벌써 긴 대화를 나눴는데 지금까지는 얻은 게 아무것도 없다. 전혀 없다”는 ‘뼈 있는’ 농담을 던져 행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이어 그가 “그러나 나는 안다. 우리는 우정을 쌓았다”고 인사말을 맺으며 재차 시 주석과 진한 악수를 하자 만찬장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국민가수였던 펑 여사에 대해 “위대한 가수를 모시게 돼 영광”이라고 격찬하기도 했다.
만찬장은 두 정상이 가운데 나란히 앉고 영부인들이 옆에 자리했는데 평 여사의 다른 옆자리에는 쿠슈너와 이방카 부부가 앉았다. 트럼프패밀리가 시 주석 내외의 양옆을 모두 차지한 셈이다.
대선후보 시절 중국의 불공정무역 거래를 비난하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값비싼 만찬 대신 맥도날드 햄버거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통 스테이크 코스 요리에 고급 와인을 곁들여 시 주석과 중국 측 인사들을 대접했다. 만찬 주메뉴는 저온 숙성의 뉴욕 스트립스테이크에 감자와 뿌리채소 구이가 함께 나왔고 스테이크 대신 샴페인 소스를 곁들여 팬에 구운 도브솔 생선요리를 선택할 수 있게 배려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북핵과 무역 불균형 문제 등 주요 현안들을 본격 논의한 7일 확대 정상회의를 마친 뒤에도 기자들에게 “중국과의 관계에서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AP통신은 “통역의 실수로 시 주석의 발언은 전달되지 못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의 말이라면 뭐든 동의한다’며 웃어넘겼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골프광인 트럼프 대통령은 마라라고를 찾을 때마다 인근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즐겼지만 시 주석이 중국 내 부패 문제로 골프를 꺼리는 점을 고려해 이번 회담 때는 골프 일정을 잡지 않았다. /뉴욕= 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