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원고 없이 '스탠딩'으로...'앵무새 토론' 오명 벗을까

시간총량제 자유토론·스탠딩토론 방식 도입

질문·답변 시간제한 없애고 참고자료 지참은 가능

지난 3월 21일에 열린 바른정당 영남권 정책토론회에서 유승민 후보와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소매를 걷어붙인 와이셔츠 차림으로 스탠딩 토론을 벌이고 있다.지난 3월 21일에 열린 바른정당 영남권 정책토론회에서 유승민 후보와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소매를 걷어붙인 와이셔츠 차림으로 스탠딩 토론을 벌이고 있다.




이번 대선에선 후보들이 각본 없이 서서 토론을 벌이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는 7일 정례회의를 열고 대선 토론회에 시간총량제 자유토론 및 스탠딩 토론 방식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23일부터 시작되는 총 3차례의 토론회 중 1차(정치분야)·3차(사회분야) 토론회에서는 후보자들이 ‘스탠딩’ 방식으로 갑론을박을 펼치게 된다.

후보자가 원고 등의 참고자료를 지참하는 것은 금지하지 않았다. 일체의 자료 없이 맨몸으로 서서 접전을 벌이는 미국식 스탠딩 토론과 다른 점이다. 김종두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팀장은 “서서 토론을 하면 아무래도 자료를 보기도 힘들고, 몸짓과 자세까지 모두 보이기 때문에 (읽는 것이) 부담이 많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후보자들이 합의할 경우에는 아예 참고자료 없이 할 수도 있다.

아울러 질문·답변 시간에도 제한이 없어진다. 후보들은 주제별로 각자 주어진 발언시간의 총량 내에서 사회자의 공통질문에 대답하고 다른 후보와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다. 한 가지 주제에 대해 후보자 한 명이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는 시간은 총 9분이다. 주어진 9분을 다 쓴 후보는 그 주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발언할 수 없다.

◇‘앵무새 토론’ 탈피할까


시간총량제 자유토론·스탠딩 토론 방식의 도입으로 보다 역동적이고 치열한 ‘설전’을 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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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바른정당은 이번 대선 경선에서 ‘스탠딩 토론’을 진행한 바 있다. 소매를 걷어붙인 와이셔츠 차림의 유승민·남경필 후보가 연단에 서서 사전 원고와 시간 제한 없이 열띤 토론을 벌이는 모습에 많은 유권자들은 호평을 남겼다. 총 10차례나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틀에 박힌 ‘앵무새 토론’, ‘대본 토론회’라는 비판을 면치 못한 더불어민주당 경선 토론회와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끝장 토론’ 가능할지는 미지수

이러한 토론 방식의 변화가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우려도 있다. 특히 후보자들이 스탠딩 토론에서도 원고 등의 참고자료를 지참할 수 있게 한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된다. 사회자가 주제별로 한 가지씩 던지는 공통질문도 후보자에게 미리 대강의 내용이 전달될 예정이다. 후보자가 자신의 순발력과 평소 생각까지 드러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이유다.

시간 부족 문제도 여전히 제기될 수 있다. 전체 토론시간 90분 동안 후보 한 명에게 주어지는 자유토론 시간은 주제별 9분, 전체 18분에 불과하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지난 5일 문재인 민주당 후보를 겨냥해 “아무 준비된 종이서류 없이 맨몸으로 자유롭게 끝장토론을 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문 후보는 이에 대해 “(안 후보는) 저하고 토론을 말하기 전에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고 답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마찬가지로 원고 없는 끝장토론 방식을 주장해왔던 자유한국당의 대선 후보 홍준표 경남지사는 이날 스탠딩 토론 도입 소식에 “아예 자료도, 시간제한도 없이 ‘일문일답’ 식으로 두 시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빈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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