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익 9.9조] 반도체 선제적 투자로 '호황 적중'...올 영업익 50조 넘긴다

반도체부문서 영업익 6조1,000억

주력 D램 영업이익률은 50% 넘어

갤S8 가세로 역대최대 실적 전망

새로운 투자 필요한데 오너 부재

호실적 불구 위기감 불거지기도





‘위기에 투자하고 호황을 즐겨라’. 삼성전자 특유의 공격적 투자가 또다시 빛을 발했다. 반도체 불황기에도 투자를 줄이지 않고 최근 5년간 연평균 14조원에 달하는 시설투자를 단행한 삼성전자가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힘입어 역대 1·4분기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불황에도 몸을 사리지 않고 선제적 투자를 통해 시장을 창출하는 삼성전자의 저력이 유감없이 발휘됐다는 평가다. 내년까지 반도체 특수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디스플레이 실적 개선과 ‘갤럭시S8’ 흥행 여부에 따라 연간 영업이익 50조원 돌파가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7일 전자 업계에 따르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9조9,000억원(잠정치)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삼성전자 1·4분기 실적의 ‘1등 공신’은 메모리 반도체로 분석된다. 증권가에서는 1·4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에 육박한 만큼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서만 6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한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역대 최고 실적은 지난해 4·4분기에 거둔 4조9,500억원이다. 지난해 하반기 시작된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 효과가 올 1·4분기에 더욱 힘을 발휘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구조를 보면 영업이익률 상승 효과는 뚜렷하다. 전 분기 대비 매출은 6.24%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7.38%나 증가했다. 적게 팔아도 많이 남는 장사를 한 것이다. 주력제품인 D램 영업이익률은 50%를 넘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2·4분기 이후 실적전망은 더욱 좋다. 글로벌 시장에서 고용량 반도체를 탑재한 스마트폰 플래그십 모델 출시가 줄을 잇고 있고 클라우드 서비스와 데이터센터 등을 구축하기 위한 정보통신(IT) 기업들의 서버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낸드플래시를 사용하는 차세대 저장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의 수요도 늘고 있으며 각종 웨어러블 기기와 가상현실(VR) 기기 등에도 고성능 반도체가 속속 탑재될 예정이다. 올해 반도체 수요는 이미 선주문이 이뤄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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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D램이 46.3%, 낸드플래시가 36.1%로 두 분야 모두 독보적 1위다. 여기에 기술력 역시 다른 업체들보다 1년 이상 앞서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전반적으로 수요는 폭증하는데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1등 사업자’의 위력이 발휘되고 있다.

디스플레이 부문 역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지난해 1·4분기 2,7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디스플레이 부문은 올 1·4분기에는 1조3,00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가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들은 패널을 액정표시장치(LCD)에서 OLED로 갈아타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애플은 ‘아이폰8’ 출시를 앞두고 삼성전자에 7,000만장의 OLED 패널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가속도를 붙이는 소비자가전(CE) 부문도 실적이 개선되는 추세다. 삼성전자 CE 부문은 대형 TV 등 고가제품에 집중하며 지난해 영업이익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가전 비수기인 1·4분기 영업이익은 3,000억원 내외로 추산되지만 성수기에 진입하는 2·4분기부터는 실적 상승세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전자 업계 관계자는 “갤럭시S8만 선전해준다면 삼성전자 연간 영업이익 50조원 달성이 결코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앞서 맥쿼리증권은 삼성전자를 ‘메모리칩의 제왕’이라고 일컬으며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0% 증가한 50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 내부는 그러나 호실적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오히려 위기감이 팽배하다. 거둬들인 수익을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투자에 쏟아부어야 할 시점에 총수 부재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삼성 특유의 선제적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본격 성장해 오는 2019년부터 반도체 시장을 교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시설투자 규모는 여전히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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