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전형적 정경유착" VS "가공의 틀로 매도"

수척해진 모습의 李부회장

특검측 뇌물승계 공격에

고개 돌리며 한숨 쉬기도

정유라에 승마지원

시기·인지 여부 대립각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권욱기자ukkwon@sedaily.com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권욱기자ukkwon@sedaily.com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은 7일 오전10시로 예정된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150석 공간이 가득 찼다. 피고석에는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 담당 사장,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가 30분 전부터 앉아 있었다. 방청석에도 김종중 전 전략팀장(사장) 등을 비롯한 전직 미전실 핵심임원과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김상균 삼성전자 법무팀장(사장) 등 현직 임원들이 자리를 잡았다.



회색 정장과 흰 와이셔츠를 입고 머리를 단정하게 깎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10시 정각 수척한 모습으로 법정에 섰다. 이 부회장이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특별검사팀 조사를 받던 지난 2월26일 이후 40일 만이다. 직업을 묻는 재판장(김진동 부장판사)의 질문에 “삼성전자 부회장”이라고 답한 그는 주소를 말한 것 외에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고 때때로 눈을 감았다. 특검 측이 자신의 삼성 경영권 승계를 뇌물 혐의와 연결하는 대목에서는 답답한 듯 고개를 돌리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박영수 특검이 “세기의 재판이 될 것”이라고 했던 이 부회장의 뇌물죄 공판이 7일 막을 올렸다. 박 특검, 윤석열 수사팀장 등 특검 수뇌부와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변호사들이 주축이 된 삼성 변호인단은 팽팽한 기싸움으로 재판을 시작했다. 박 특검은 “이번 사건은 한국 사회의 가장 고질적이고 전형적인 정경유착 범죄”라며 “정경유착을 끊지 않으면 국민소득 3만달러, 선진국 진입도 어렵다”고 웅변하듯 말했다. 이에 대해 송우철 태평양 변호사는 “뇌물죄의 핵심인 대가 합의와 부정청탁의 증거가 없다”며 “특검은 뇌물죄를 엮기 위해 승계라는 가공의 틀을 씌워 정상적 사업활동을 매도했다”고 반격했다.


이날 특검과 변호인단은 뇌물 혐의 중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삼성이 승마 지원을 몰아준 경위부터 파고들었다. 특검이 공개한 진술조서에 따르면 2015년 7월 박 전 사장은 당시 박원오 대한승마협회 전무에게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가 친자매 이상으로 돈독한 사이”라고 들었고 “박 전무가 ‘최씨의 생명과도 같은 정씨가 지금 독일에 있으니 삼성이 도와달라’고 먼저 요청했다”고 말했다. 지원금 규모와 관련해 박 전 사장은 “처음에는 종목당 4명씩 총 300억원을 요구했다가 이후 종목당 3명, 총 235억원으로 협의가 이뤄졌다”고 진술했다.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승마 지원과 관련해 질책을 받은 뒤 “신문에서 대통령 눈빛이 레이저빔 같을 때가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고 했다는 진술도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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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특검은 2015년 7월 이전에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 정씨 지원을 직접 요구했다는 증거를 이날 내놓지 못했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이 2014년 9월부터 이어진 세 차례 독대에서 이 부회장에게 정씨 지원을 직접 요구했고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승낙하면서 뇌물죄가 성립됐다고 주장한다. 반면 삼성은 박 전 대통령이 정씨를 언급하지 않고 승마 유망주 육성을 요청했는데 최씨가 방해해 정씨 단독지원으로 변질됐다고 한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승마 지원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등 총 433억원에 이르는 뇌물을 삼성에 요구하고 이 부회장은 대가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등 승계 관련 특혜를 받았다고 봤다. 하지만 삼성은 대통령의 부탁으로 공익사업을 벌였을 뿐 승계와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이종혁·변수연기자 2juzso@sedaily.com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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