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공동응원단 고맙습니다”
5부리그 강등 위기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북한 선수들은 비로소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4부 리그 잔류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북한 선수들은 경기장을 한 바퀴 크게 돌며 경기 내내 열띤 응원으로 힘을 불어넣어 준 남북공동응원단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북한은 8일 강원도 강릉의 관동 하키센터에서 열린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 세계선수권 디비전 2 그룹 A(4부리그) 최종전(5차전)에서 슬로베니아에 4-2(0-2 2-0 2-0)로 승리했다.
북한은 이날 경기에서 슬로베니아에 패하면 최하위가 확정되는 상황이었다. 이번 대회 최하위는 내년 세계선수권에서는 디비전 2 그룹 B(5부리그)로 강등된다.
구소련의 영향으로 1950년대 초반부터 아이스하키를 접한 북한은 2001년 세계 랭킹 12위까지 오를 정도로 아이스하키 강국이었다.
하지만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대표팀에 대한 지원 규모가 축소되고 금수 조치로 인해 스틱 등 장비 수입까지 힘들어지면서 ‘아이스하키 약소국’ 신세를 면치 못했다.
북한은 이번 대회에서 1피리어드를 0-2로 뒤진 채 마쳐 패색이 짙었으나 2피리어드에서 김금복, 정수현의 골로 2-2 균형을 맞춘 뒤 3피리어드에서 김은정, 김금복의 골에 힘입어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결국 북한은 2승(1연장승) 3패(승점 5점)를 기록하며 4부 리그 잔류에 성공했다.
이날도 관동 하키센터에는 북한 가요 ‘반갑습니다’가 크게 울려 퍼졌다.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와 6·15 강원본부 등이 주도해 만든 ‘남북공동응원단’ 270여 명은 경기 시작 전부터 흰색 바탕에 푸른색 한반도 지도가 그려진 한반도기를 흔들며 경기 내내 “우리는 하나다” 등을 크게 외쳤다.
최초로 한국에서 공식 경기를 치른 북한 선수들은 경색된 남북관계와는 달리 마치 안방과 같은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경기를 치렀다.
경기 후 북한 선수들은 역전승에 큰 힘을 불어넣어 준 공동 응원단을 향해 두 손을 크게 흔들며 답례했다. 승리 팀인 북한 국가가 연주된 뒤 북한 선수들은 경기장을 곧바로 빠져나가지 않고 인공기를 높이 든 주장 김금복과 려성희를 선두로 링크를 한 바퀴 크게 돌며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북한 선수들은 이날 승리에도 믹스드존(공동취재구역)을 질문에 답변 없이 빠르게 지나갔다. 하지만 다들 표정은 밝았고, 김은정이 웃으면서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한호철 북한 대표팀 매니저는 “여러분 모두의 응원에 힘을 받아서 선수들이 경기했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짧게 말했다.
대회를 모든 마친 북한 선수단은 이날 오후 4시 30분부터 열리는 한국과 네덜란드의 경기를 관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밤 11시 30분에 열리는 폐회식을 끝으로 모든 일정을 마치는 북한 선수단은 9일 출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