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세계 뒤덮는 그린웨이브] '탄소제로' 에너지 자립도시의 진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통해

'제로 에너지타운'으로 탈바꿈

지난해 3월은 필리핀의 코브라도르섬 주민에게 역사적 날이었다. 이곳은 수도 마닐라에서 육로와 해상을 거쳐 이동시간만 12시간이 걸린다. 주변 수심도 깊어 육지로부터 해저 케이블도 가져올 수가 없는 ‘전력 오지’였다. 하루에도 전기가 6시간밖에 들어오지 않던 이곳에 24시간 불을 밝힌 것은 태양광 패널과 175㎾ 리튬이온 배터리가 설치된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설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아시아개발은행(ADB), 필리핀 국가전력청이 현지 한국 에너지기업의 제안으로 공동 프로젝트 협약을 맺었던 게 이 섬의 운명을 갈랐다. 코브라도르섬은 그렇게 필리핀의 첫 에너지 자립섬이 됐다. 필리핀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섬만도 200곳이 넘는다.

빠르게 발전하는 신기술을 통해 ‘탄소 제로’를 표방한 에너지 자립도시도 진화하고 있다. 과거 에너지 소비를 줄여 탄소 배출을 줄이던 ‘패시브하우스’ 모델에서 이제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국가 전력망에서 완전히 독립한 ‘제로 에너지타운’으로 변모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 ‘후지사와 SST(Sustainable Smart Town)’다. 일본 도쿄에서 서남쪽으로 55㎞ 떨어진 후지사와시에 구축된 SST는 오는 2018년 완공을 목표로 600억엔(약6,000억원)이 투입된 에너지 자립도시다. 지난 2014년 11월 먼저 문을 연 1,000가구 규모의 SST 스퀘어는 주택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을 통해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생산하고 연료전지와 배터리 등을 통해 전력을 소비·관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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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에너지만을 사용하는 대규모 신도시도 건설 중이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건설 중인 ‘마르다르시티’다. 여의도 면적의 4분의3 크기인 6㎢ 면적에 5만명이 거주할 수 있는 주택단지와 1,500개의 기업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로 2008년 건설에 착수했다. 도시 조성에 투입되는 돈만 2,200억달러(약250조원)다. 도시에서 사용되는 모든 에너지는 태양광과 태양열 발전을 통해 공급된다.

우리나라도 에너지 자립도시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이미 제주도 가파도, 전남 가사도 등 두 개 섬에서 에너지 자립섬 시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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