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 시장 공략에 팔을 걷어붙인 SK하이닉스가 업계 최초로 72단 256Gb(기가비트) TLC 3D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말 이미 4세대(64단) 3D 낸드 양산에 나선 가운데 도시바·마이크론에 이어 SK하이닉스도 4세대 낸드 양산 계획을 밝히면서 경쟁에 불이 붙었다.
SK하이닉스는 4세대에 해당하는 72단 256Gb TLC 3D 낸드 개발에 성공해 올 하반기부터 양산을 시작한다고 10일 밝혔다. SK하이닉스 고유 기술을 적용해 개발한 이 제품은 기존 대비 적층 수를 1.5배 높이고 현재 양산 중인 48단 제품보다 생산성을 30%나 향상했다. 또 칩 내부에 고속회로 설계를 적용해 칩 내부 동작 속도를 2배 높였고 읽기와 쓰기 성능도 20% 끌어올렸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6년 2·4분기부터 36단 128Gb 3D 낸드 공급을 시작하고 2016년 11월부터 48단 256Gb 3D 낸드를 양산한 데 이어 이번에 72단 256Gb 3D 낸드 개발까지 빠르게 완료해 3D 낸드 시장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 예정대로 올 하반기 양산으로 이어진다면 세계 5위권인 SK하이닉스의 낸드 시장 점유율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기준 낸드 시장 점유율 1위는 삼성전자(36.1%)이며 2위인 일본 도시바 등에 이어 SK하이닉스(10.3%)가 5위를 차지했다. SK하이닉스는 그동안 D램 시장에서는 선전해왔으나 낸드 시장에서는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3D낸드는 층을 쌓는 방식으로 메모리 집적도를 높여왔는데 세대별 적층 수 기준은 업체별로 다르다. 삼성전자는 24단, 32단, 48단, 64단 순으로, SK하이닉스는 24단, 36단, 48단, 72단 순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64단 3D 낸드를 양산했다. 기술력은 단순히 적층 수에 따라 비교하기는 힘들고 성능을 새로운 수준으로 향상시켰을 때 자사 기준 ‘세대 체인지’로 일컫는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72단 3D 낸드는 72층 빌딩 약 40억개를 10원짜리 동전 면적에 구현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번에 개발한 제품을 솔리드스테이트디스크(SSD)와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용 낸드플래시 솔루션 제품에 적용하기 위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고성능과 고신뢰성·저전력 구현이 가능해 3D 낸드를 기반으로 한 솔루션 사업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종호 SK하이닉스 마케팅본부장은 “현존 최고의 생산성을 갖춘 3D 낸드 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올 하반기부터 본격 양산함으로써 최적의 스토리지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SSD와 스마트폰 등 모바일 시장으로 솔루션 제품 전개를 확대해 D램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적극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3D 낸드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그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전체 낸드플래시 시장 규모는 465억달러에 달하며 2021년에는 56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체 낸드플래시 시장 중 3D 낸드 비중은 지난해 18.8%에서 2018년 66.2%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SK하이닉스는 낸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에 뛰어든 상태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인수전에 자국 기업 참여를 독려하고 있고 미국 기업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