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SKT, '누구' 활용한 AI 생태계로 4차산업혁명 주도권 쥔다

11번가, B TV 등의 자회사 플랫폼 누구와 잇따라 연동

통신사업자로서의 강점 활용하면 AI기반 '가정용 IoT 시장' 장악도 어렵지 않을 것

아마존, 구글 등과는 여전한 격차.. IBM과의 제휴 확대 등으로 '패스트팔로잉'전략 구사할 듯

박정호 SK텔레콤(017670) 사장이 “인간과 가장 가까운 인공지능(AI)을 선보이겠다”고 강조한 것은 가입자를 가장 많이 보유한 국내 최대 이동통신사업자이면서 다양한 플랫폼을 보유한 플랫폼 사업자라는 강점을 최대한 살려 시장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우선 SK텔레콤의 가입자는 2,600만명이 넘는다. 제공하는 서비스도 오픈마켓인 ‘11번가’, 온라인 지도서비스인 ‘티맵’, 인터넷TV인 ‘B TV’, 검색포털인 ‘네이트’ 등 다양하다.


다만 서비스를 이용하는 디바이스(기기)들이 스마트폰, TV, 자동차 등으로 나눠 있어 시너지를 내기가 쉽지 않다. 만약 하나의 최적화된 이용환경으로 모든 서비스를 묶을 수 있다면 강력한 시너지가 기대된다.

그래서 선택한 해법이 인공지능(AI) 플랫폼이다. 음성인식 기반 스피커이자 AI 플랫폼인 ‘누구(NUGU)’를 중심축으로 관련 생태계를 구축해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누구’를 중심으로 한 SK그룹사 플랫폼 묶기 전략은 올 초부터 가속도가 붙었다. SK텔레콤 측은 지난달부터 누구를 통해 11번가 추천 상품을 음성으로 주문할 수 있도록 했다. 누구에서 제공하는 프로야구 경기 결과 등은 네이트의 데이터를 활용하고 B TV의 채널 변경 등 조작도 누구에서 가능하다.


누구는 가정용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을 넘어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제어하는 플랫폼으로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누구가 전등을 끄거나 세탁기를 작동시키는 등 기능이 다양해지고 있어 조만간 가사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다 특정 콘텐츠를 사용할 때 데이터 이용료를 면제해 주는 ‘제로레이팅’ 등 통신사업자로서의 강점을 십분 활용한다면 관련 시장 장악은 어렵지 않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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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포털 영역까지 서비스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박 사장은 이날 기자와 만나 “AI는 포털 검색과 비교해 사람과 더욱 가까운 결과를 내놓는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AI를 통한 검색이 키워드 입력 방식의 포털 검색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실제 인터넷 검색 작업은 지인에게 물어볼 때와 달리 키워드를 별도 정리한 후 입력하는 작업을 거치게 된다. 하지만 AI가 고도화되면 “오늘 뭐 먹지?”라는 마땅한 정답이 없는 질문에도 이용자의 컨디션이나 일정에 따라 다양한 답변을 내놓을 수 있다. 현재 구글이나 네이버가 장악하고 있는 검색광고 시장에서 SK텔레콤이 음성검색광고라는 형태로 진출해 시장을 양분할 수 있는 셈이다.

누구는 오는 2020년 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 이후 선보일 자율주행차 서비스에서도 핵심 역할을 맡게 된다. 우선 고화질(HD) 버전으로 업그레이드가 진행 중인 티맵에 누구를 장착해 음성으로 각종 검색과 제어가 가능하도록 개발 중이다. 또 자율주행차 내에서 11번가 상품 구입이나 B TV 콘텐츠 시청 등도 할 수 있도록 준비 중에 있어 수년 뒤에는 ‘누구 생태계’가 출퇴근길과 집 안에서의 생활을 도와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AI 전략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국내에선 SK텔레콤의 적수가 없다. 현재 네이버와 카카오가 포털 및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는 플랫폼을 활용해 AI 시장 장악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음성인식 기반 스피커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KT 또한 자체 AI ‘기가지니’를 출시하며 승부수를 띄웠지만 TV 셋톱박스에 최적화돼 있다는 평가가 많아 확장성이 떨어진다.

문제는 글로벌 기업과 해외시장 진출이다. 세계 시장에선 음성인식 기반 스피커 에코를 통해 ‘알렉사 생태계’를 구축 중인 아마존이 선두에 서 있다. SK텔레콤도 아마존의 전략을 상당 부분 참고한 것으로 알려질 정도로 사업전략이 치밀하다. 스마트폰 시장의 강자들도 발걸음이 바쁘다. 구글은 ‘어시스턴트’를, 애플은 ‘시리’를 통해 아마존을 맹추격 중이며 삼성전자는 ‘빅스비’를 앞세워 스마트폰과 가전기기 시장에서 한걸음 앞서 있다.

SK텔레콤은 선두권 사업자와협력을 강화하고 자체 개발 능력을 고도화를 병행할 계획이다. 박정호 사장은 지난달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우리나라 AI 기술은 글로벌 수준과 많이 떨어져있다. SK(주) C&C 사장 시절 IBM의 왓슨을 파트너로 삼은 것은 이 같은 격차 때문이면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AI 업체를 따라잡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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