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제70호)과 충무공 이순신의 ‘난중일기’(국보 제76호)의 만남을 주제로 한 전시가 열린다.
간송미술문화재단과 서울디자인재단은 오는 13일부터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배움터 2층 디자인박물관에서 ‘훈민정음·난중일기 전(展): 다시 바라보다’를 개최한다고 11일 밝혔다.
이진명 간송미술관 큐레이터는 이날 간담회에서 “세종은 창조적인 통치를 한 성군이고, 이순신 장군은 국난을 극복한 주인공으로 광화문 광장에 동상이 있다”며 “이번 전시는 이들에 대한 단순한 오마주가 아니라 두 사람 덕분에 우리가 현대 문화를 잘 누리고 있다는 사실을 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탁현규 간송미술관 연구원은 “지금 이 시대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이 지혜와 용기”라며 “지혜와 용기가 담긴 조선시대 기록물인 훈민정음과 난중일기가 없었다면 많은 역사적 사실이 지금까지 전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탁 연구원은 “특히 훈민정음은 서체가 매우 아름다운데, 세종의 셋째 아들인 안평대군이 쓴 것으로 추정된다”며 “종이의 질과 책의 만듦새도 뛰어나 세종 때의 출판문화가 집약된 유물이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훈민정음 해례본은 세종이 한글 창제의 이유와 용법, 해설 등을 담아 1446년 펴낸 서적이다. 값을 매길 수 없어 ‘무가지보’(無價之寶)라고도 불린다. 3년 만에 다시 DDP에서 선보이는 훈민정음 해례본은 간송미술문화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또 다른 국보인 ‘동국정운’(東國正韻, 제71호) 권1, 6과 함께 공개됐다. 동국정운은 세종의 명으로 신숙주, 박팽년 등이 1448년 편찬한 한자 표준음에 관한 책이다.
아산 현충사에 있는 난중일기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이 발발한 1592년부터 1598년까지 전황과 전술 등에 대해 친필로 쓴 일기 7권을 묶은 서적이다. 이번 전시에는 난중일기 영인본 외에도 이순신 장군이 벽에 걸어두고 바라봤던 칼인 ‘장검’(보물 제326호), 이순신 장군이 병과에 급제하고 받은 ‘무과홍패’(보물 제1564-7호), 인조가 1643년 ‘충무공’(忠武公)이란 시호를 내린 교지인 ‘증시교지’(보물 제1564-12호) 등이 함께 나왔다.
전시에는 훈민정음과 난중일기에서 영감을 받은 정병규, 김기라, 김형규, 차동훈, 빠키, 장재록 등 현대 미술가들의 설치·영상·회화 작품도 선보인다. 전시는 10월 12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