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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과장’ 완성형 배우 남궁민..."마음 통장에 저축 많이 해놔"

연기神? 스스로 부족함 느끼고 열정 되살려

사이다 엔딩이 ‘김과장’의 인기요인


캐릭터의 함정에 빠지는 것 경계...‘김과장’ 작품에만 집중

‘김과장’으로 연기에 대한 가치관· 방향 ·목표 생겨

‘완성형으로 나아가고 있구나’ 깨달음 알게 해

마음 통장에 저축 많이 해 놓은 기분

“거만하지 않고 나아갈 것... 앞으로가 더 자신 있습니다”



지난달 말 종영한 KBS 2TV 수목극 ‘김과장’은 17.2%(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그 중심엔 매회 사이다 엔딩을 선사한 배우 남궁민이 있다.

11일 오후 논현동 근처 카페에서 만난 남궁민은 “‘김과장’은 ‘완성형으로 나아가고 있구나’ 란 깨달음을 알게 해준 고마운 드라마이다.”고 말했다.

/사진=935엔터테인먼트/사진=935엔터테인먼트


“‘김과장’을 하면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할 정도로 힘들더라. 보는 사람마다 쓰러지지 않았냐고 말할 정도였다.하지만 그 만큼 얻어가는 게 정말 많더라. ”

드라마는 횡령 전문 경리과장 김성룡(남궁민)이 대기업에 들어가 얼떨결에 의인이 됐다가 정의의 화신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남궁민은 어떤 장면, 어떤 스타일도 모두 ‘티똘이 김성룡化’시키며 김성룡 캐릭터에 힘을 불어넣었다. 특히 남다른 촉과 본연의 능청거림으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 역습’을 감행, 강력한 ‘사이다 뒤통수’를 날렸다.

허를 찌르는 능청연기가 ‘압권’이라는 평과 함께 김성룡과 남궁민의 완전합체는 ‘연기神’이라는 닉네임까지 달아줬다. 마치 타고난 ‘김성룡’ 그 자체였다. 정작 남궁민은 하나부터 열까지 본인과 전혀 다른 김성룡이란 인물을 만들기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고 한다.

“정말 나는 김 과장처럼 ‘또라이’가 아니다. 얌전하다. 말하는 속도도 그렇게 빠르지 않다. 오히려 느린 편이다. 내 원래 목소리는 저음인데, 김과장에 맞는 하이톤으로 말했다. 특히나 난 그렇게 뻔뻔하지 않다. ”

본인과 전혀 다른 김성룡 과장을 만들기 위해 사고 방식 자체를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는 남궁민은 “움직임 연구에도 공을 들였다”고 했다. 그래서 그럴까. 그의 연기는 거대한 액션을 보여주거나 하진 않지만 다이나믹한 연기 디테일이 살아있다. ‘티똘이’(티큐그룹+똘아이)는 하루 아침에 탄생하지 않았던 것.

“김과장은 자신이 외국 사람인 것 같은 착각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한국 사람들은 이야기할 때, 두 손을 호주머니에 넣고 이야기하거나, 거의 특별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반면 김과장은 자신의 얼굴도 많이 만지고, 안면근육도 많이 사용한다. 표정을 다양하게 바꾸는 게 좋지 않을까? 란 생각에 연구를 많이 했다. 전혀 다른 캐릭터라 제 사고 방식대로 하면 안 될 같더라.”

‘김과장’의 시청률이 승승장구 할수록 남궁민을 향한 호평 기사도 쏟아져 나왔다. 언론이나 관계자들 역시 “남궁민이 제대로 놀고 있다”는 말을 할 정도로 엄청난 관심을 보였다. 이에 그는 “내가 진짜 연기적으로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어요”라고 말했다.


우쭐해지기 보다 연기에 대한 열정을 되살렸다고 말하는 남궁민. “제가 옛날에는 연기적으로 꺼낼 수 있는 카드들이 되게 많이 있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다양한 카드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 되게 감사하고 좋은 게 그 점입니다. 제가 연기를 좀 더 열정적으로 할 수 있고, 좀 더 연기적으로 힘을 갖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돌아볼 수 있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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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에게 연기 변신은 매번 넘어야 할 산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이전 작품 속 인물과 비슷한 장르로 보이면 어떻게 다르게 표현 할 것인가? 란 질문이 이어지게 마련. 현명한 배우 남궁민은 “비교 보다는 본인이 하는 드라마에 스스로 집중하면 잘 된다”는 답을 내 놓았다.

/사진=kbs/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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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것을 의식하는 순간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캐릭터 만들기의 함정에 안 빠지려고 하는 게 중요해요. 전에 했던 작품이나 캐릭터를 의식하다보면 오히려 산으로 가더라. 이번에 하는 캐릭터에 집중하면 시너지가 생긴다. 그래서 저희 작품에 되게 집중했고, 거기에만 빠져서 살았던 것 같아요.”

동시간대 방영된 SBS 드라마 ‘사임당’과의 대결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었다. 그 역시 “이영애 선배의 복귀작이자 200억이 들어간 대작 드라마인데 어떻게 의식을 안 할 수 있을까요?”라고 반문했다.

“대신 저기는 대작 드라마이니, 우리 드라마는 망했다 그런 생각은 안 하죠. 저도 19년차가 되고 어느 정도 전체를 보는 눈이 조금씩 생기고 있어요. 우리 팀들이 현장에서 얼마나 노력하는지 잘 알고 있는데, 잘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죠. 다른 작품과의 비교 보다는 거기에 대한 자신감과 판단이 맞았어요.”

중앙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남궁민은 지난 1999년 EBS 청소년 드라마 ‘네 꿈을 펼쳐라’에서 단역으로 배우 생활을 시작해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비열한 거리’ 및 드라마 ‘부자의 탄생’, ‘내 마음이 들리니’, ‘냄새를 보는 소녀’, 미녀 공심이‘, ’리멤버-아들의 전쟁‘등에 출연한 19년차 배우이다. 그 중 드라마 ‘미녀 공심이’로 SBS 연기대상 로맨틱코미디 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 10대 스타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인정 받았다.

“좋은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말한 19년차 배우 남궁민은 “계속 하다보니 재미도 느끼면서 여기까지 왔던 것 같아요”라고 자평했다. 단역부터 조연, 주연을 차근히 거쳐왔으며, 일일드라마, 주말극, 수목극 등 배우들이 거쳐야 할 길을 한단계 한단계 밟아본 그는 “되게 먼 길을 돌아온 것 같아요”라며 멋쩍게 웃었다.

연기자 남궁민의 인생 속도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다. 누군가는 ‘적당한 속도이다’고 평하기도 했다.

이 말에 남궁민은 장난스럽게 “누가 그랬어요?”라며 잠시 호흡을 멈추었지만, 이내 “저는 이 상황이 고마워요. 스스로를 돌아볼 기회가 많았거든요. 저도 사람이기 때문에 난 좋은 연기를 하고 있는데 왜 잘 안될까. 그 이유를 밖에서 찾으려고 했어요. 그렇게 뭔가에 부딪칠 때쯤 리마인드 할 수 있는 작품들이 들어왔다. 그렇게 고이지 않고 흐르면서 변화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 하고 있어요.”

불혹이란 나이를 잊게 만드는 배우 남궁민의 건강법은 ‘몸에 좋지 않은 습관을 하나씩 줄여나가는 것’이다. 어린 시절 불혹을 앞둔 한석규 선배의 인터뷰를 읽으며 “저 나이의 연륜속엔 무엇이 들어있을까?”가 궁금했다고 말한 남궁민은 “막상 그 나이가 되고 보니, 몸에 안 좋은 걸 하나씩 끊어가는 것 밖에 없어요.”라고 전했다.

남궁민이 품고 있는 ‘칼’은 절대 무뎌지지 않을 듯 하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 작품, 다 다음 작품은 더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겠구나. 앞으로가 너무 자신있습니다. ”란 그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사진=935엔터테인먼트/사진=935엔터테인먼트


“주변에서 ‘잘 한다’ ‘잘 한다’ 소리가 들리고 배우가 어느 정도 거기에 만족하게 되면 고여 있는 물이 될 확률이 높아요. 배우가 자료도 계속 찾아보고, 시대의 흐름에 벗어나지 않게 후배의 연기도 살펴봐야 해요. 다른 나라 배우들이 어떻게 하는지도 찾아보는 걸 게을리 할 수 없어요. 제 스스로 마음을 컨트롤 할 수 있어야 해요.”

‘김과장’은 남궁민이 연기자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목표를 갖게 해준 작품이다. ‘마음의 통장에 저축을 많이 해 놓은 기분’이 들 정도로 많은 에너지와 깨달음을 안겼다.

“만약에 이 작품을 하지 않았으면 저는 정체기를 갖거나 그랬을 텐데...이번 작품을 하면서 앞으로 연기자로서의 방향과 목표가 생긴 것 같아요. 연기에 대한 가치관이 자리 잡았다고 할까요. 배우가 정착하거나 스스로를 인정해버리면 끝인 것 같아요. ‘김과장’을 잘 보내고, 또 다시 뭔가를 위해 노력할 것을 알기 때문에 지금이 너무 좋아요. 제가 어떤 연기를 했건 상관없이 제 스스로 돌아볼 수 있었던 게 중요하거든요.”

남궁민은 ‘김과장’ 시청률이 15%를 돌파하면 커피 1,000잔을 회사원들에게 돌리기로 공약을 걸었다. 남궁민, 김원해, 남상미, 이준호, 정혜성 주연 배우 5명이 각 200잔씩 총 커피 1,000잔을 돌리기로 한 것.

마지막으로 시청률 공약 이행 건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곧 김과장에 빙의된 남궁민은 “왜 나에게 이야기를 안 하지?”하며 능글 능글한 표정으로 리얼 시간이 ‘순삭’ (순간삭제)된 경험을 갖게 했다.

“아니 사람들이 (포상 휴가)세부부터 갈 게 아닌 커피부터 돌리러 가야지. 200잔 커피를 쏘고 싶어요. 전 나가고 싶으니까. 흐지부지 넘어가면 안 되니까요. 15프로 넘어서 가는거라면 가야죠. 어쨌든 지키게 하는 걸로 해야죠. 이왕 갈거면 같이 가야죠. 제가 경리팀 직원들 데리고 갑니다. 여의도요? 상암동이요? 알겠습니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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