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트럼프-푸틴, 막 내린 '브로맨스'

푸틴 "군사적 신뢰 더 악화 돼

시리아 폭격 이라크 침공 연상"

트럼프 "진정한 악마 지원" 비난

美-러 관계 냉전 종식 후 최악

틸러슨 방러에도 개선 힘들듯



미국의 시리아 폭격을 계기로 한때 ‘브로맨스’로까지 불렸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관계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러시아 외교부가 양국 관계를 “냉전 종식 이후 최악”으로 평가하는 가운데 12일(현지시간)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 외무장관을 만났지만 틀어진 양국 관계를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크렘린궁에 따르면 이날 푸틴 대통령은 TV인터뷰에서 “(미·러 간) 실무차원, 특히 군사적 측면에서의 신뢰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개선이 아닌 더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에도 모스크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의 시리아 공군기지 폭격이) 미국 대표단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라크의 화학무기를 발견했다는 발언을 하고 뒤이어 이라크에 대한 침공이 이뤄졌던 지난 2003년 사건을 연상시킨다”고 꼬집었다. 당시 대량살상무기(WMD)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명분 삼아 이라크를 침공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결국 물증을 찾는 데 실패했다는 사실을 언급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폭스뉴스에서 방영된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진정한 악마(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를 지원하고 있다”며 노골적인 비난을 가했다. 아울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전날 미 정보당국의 분석을 담은 4쪽 분량의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가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방어하고 있으며 러시아가 화학무기 공격 계획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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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트럼프 미 대통령은 몬테네그로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29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하는 안에 공식 서명함으로써 양국의 갈등을 부채질했다. 러시아는 인구 65만명의 소국이지만 서방과 러시아가 부딪히고 있는 전략적 요충지인 발칸반도에 자리 잡은 몬테네그로의 나토 가입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미국은 또 영국 등 유럽 8개국과 함께 이날 ‘유럽 하이브리드 위협 대응센터’를 올 하반기 중 개설하기 위한 양해각서에 서명하고 러시아의 전방위적 해킹, 거짓 정보 유포 등 비군사적 위협에도 대응하기로 했다. 센터 개설에는 조만간 나토 및 유럽연합(EU)의 다른 회원국들도 동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친러 성향의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11일부터 이틀간 러시아를 방문해 양국 간 대립을 중화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라브로프 장관은 12일 틸러슨 장관과 만난 직후 “러시아는 앞으로 미국의 시리아 공격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엄중한 경고를 날렸다. 틸러슨 장관이 “미국과 러시아가 어떻게 다른지 이해하고 싶다”고 애써 유화 제스처를 취했지만 딱딱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푸틴 대통령은 막판까지 일정을 확정 짓지 않다가 회담 당일인 이날에야 틸러슨 장관과 만나겠다고 밝히며 미국과의 기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러시아 외무부는 틸러슨 장관 방러 직전에도 성명을 발표해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가 냉전 종식 이후 최악”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연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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