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www’의 지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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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9월1일 히틀러의 나치부대가 폴란드를 침공하자 영국은 이틀 뒤 독일에 선전포고를 했다. 5,000만명 이상의 희생자를 낸 2차 세계대전이 시작된 것이다. 영국은 9월4일 스물일곱 살 청년 앨런 매티슨 튜링을 독일군 암호 해독부서의 책임자로 발탁했다. 그는 25세에 컴퓨터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튜링기계’를 고안해낸 천재 수학자였다. 영국의 기대대로 튜링은 누구도 해독할 수 없을 것 같았던 독일군 암호체계를 풀어내 유럽을 구하는 데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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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컴퓨터학회(ACM)는 1966년 튜링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정보기술(IT)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튜링상’을 제정했다. 첫 수상자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인 ‘알골(ALGOL)’의 컴파일러를 설계한 미국 과학자 앨런 J 펄리스다. 2006년에는 프로그래밍 언어 ‘포트란’을 완성해 고성능 컴퓨터시스템의 기초를 닦은 프랜시스 앨런이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ACM은 최근 50회째에 해당하는 2016 튜링상 수상자로 월드와이드웹(www)의 아버지로 불리는 팀 버너스 리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를 선정했다. 그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근무하던 1989년 정보공유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월드와이드웹 제안서를 만들었고 마침내 1991년 8월6일 세계 최초의 웹사이트를 선보였다. 웹의 탄생은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현재 세계 인구의 절반인 35억명이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고 이로 인해 구글과 같은 인터넷 업체들이 번창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세계 어느 곳의 정보도 실시간으로 검색할 수 있다. 최근 들어 부상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인 ‘연결’도 월드와이드웹을 바탕으로 하는 점을 감안하면 팀 버너스 리의 업적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웹 개념을 만든 지 28년이 돼서야 그 공적을 인정받은 셈이니 그의 튜링상 수상이 오히려 뒤늦은 감이 있다. /오철수 논설위원

오철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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