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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톡] ‘영혼극’은 서글프다?..‘어느날’·‘아빠는 딸’ 식 경쾌한 힐링

4월의 명징하고 따사로운 분위기와 어울리는 영화 두 편이 찾아왔다. 최근 ‘어느날’(감독 이윤기)과 ‘아빠는 딸’(감독 김형협)이 ‘치유’의 메시지로 관객들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다. 특히 영혼을 통한 진심어린 소통으로 그 울림이 적지 않다.

/사진=오퍼스픽쳐스, 메가박스(주)플러스엠/사진=오퍼스픽쳐스, 메가박스(주)플러스엠





‘어느 날’과 ‘아빠는 딸’에서는 두 남녀를 화자의 주축으로 내세우고 있다. ‘어느 날’에서는 생면부지의 젊은 남녀, ‘아빠는 딸’에서는 한 가정의 아빠와 딸이다. 두 작품은 보통 남녀가 영혼으로 접촉하다보면 생길법한 ‘애정관계’ 혹은 ‘성적 호기심’에 대한 화두를 결코 답습하지 않고, 성별을 차치한 ‘인간 대 인간’의 소통을 경쾌하게 그린다.

‘어느날’에서는 정신적 내상을 앓던 남자와 영혼 상태의 여자가 등장한다. 아내가 죽고 희망을 잃은 채 살아가던 보험회사 직원 강수(김남길)는 교통사고 조사에 착수하다 어느 날 혼수상태에 빠진 여자 미소(천우희)의 영혼을 보게 된다. 미소는 유일하게 영혼 상태인 자신을 볼 수 있는 강수에게 특별한 부탁을 하고, 함께하던 이들은 서로의 가장 치명적인 비밀을 털어놓게 된다.


‘아빠는 딸’에서는 하루아침에 아빠와 딸의 몸이 바뀌면서 사생활은 물론 마음까지 엿보게 된다. 시골 은행나무 밑에서 기이한 바람을 맞은 두 사람. 이후 아빠 원상태(윤제문)의 영혼은 17세 여고생인 딸의 몸으로, 딸 원도연(정소민)의 영혼은 47세 아저씨의 몸으로 뒤바뀌어 들어가게 된다. 과거 통하는 것 하나 없어 서로 말 섞기를 불편해하던 아빠와 딸은 직접 서로의 일상을 몸소 체험하고 나서야 각자의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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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영화에서 이들은 서로의 고민과 아픔을 ‘영혼’이라는 특수 매개체를 빌어 면밀히 관찰한다. 차이가 있다면, ‘어느 날’에서는 얼굴 한 번 본 적 없던 타인의 아픈 사연을 접하게 된다는 것, ‘아빠는 딸’에서는 서로 가장 가까운 공간에서 지내던 ‘가족’이 가진 진짜 속내를 파악하게 된다는 것이다. 어쩌면 ‘남’이기에 더 잘 헤아릴 수 있는 입장과 ‘동일화’가 되어야 비로소 보이는 부분이 있다는 점은 모순적인 인간 심리를 들여다보는 흥미로운 점이다.

‘어느날’과 ‘아빠는 딸’에서 또 주목해볼 부분은, 이러한 ‘아픔의 이해’라는 과정이 초래할 수 있는 우울한 흐름을 과감하게 반전시킨다는 것이다. 물론 ‘치유’ 직전에 맞닥뜨리는 ‘심연의 호소’ 과정을 따라 이 같은 요소가 아예 배제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전반적으로 두 영화의 톤은 생각보다 한껏 밝다. ‘어느날’의 강수와 미소가 햇살 찬란한 가로수 길에서 흩날리는 벚꽃 잎을 손으로 담는 장면, ‘아빠는 딸’에서 상태와 도연이 식탁에서 서로 바뀐 포즈로 고기를 구워먹는 장면은 관객에게 가장 흐뭇한 미소를 자아낸다.

그렇게 입가에는 밝은 미소를, 마음에는 따스한 치유를 유발하는 두 영화는 소박하면서도 경쾌함을 잃지 않고 있다. 그래서 마지막의 울림의 깊이가 절대 가볍지 않다. 새삼 ‘어느날’과 ‘아빠는 딸’의 영화 개봉이 반가운 이유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한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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