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선후보 TV토론 첫날부터 후보들 간에 가시 돋친 설전이 오갔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대선후보 자격문제를 놓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고장 난 세탁기’에 비유하며 협공하자 홍 후보는 정면으로 맞섰다.
13일 한국기자협회 주최로 열린 대선후보 TV 토론회에서 유 후보는 ‘성완종 리스트’ 연루 혐의로 1심에서 유죄, 2심에서 무죄를 받고 대법원 판결을 앞둔 홍 후보에게 “경제·안보위기를 극복하는 대통령이 24시간도 모자를 판인데 (당선돼도) 재판을 받으러 가야 한다. 유죄가 확정되면 대통령 임기가 정지된다”며 선제 공격했다. 유 후보는 홍 후보가 국가대개혁을 거론하면서 “대한민국을 세탁기에 넣고 과감히 돌리겠다”고 발언한 것을 지적하며 “홍 후보 본인이 형사 피고인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홍 후보도 세탁기에 들어갔다가 나와야 한다고 얘기한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이에 홍 후보는 “대법원은 유죄판결을 하는 게 아니라 파기환송해서 고법으로 내려간다. 그럴 가능성은 0.1%도 없지만 파기환송되더라도 제가 집권하면 재판이 정지되는 만큼 잘못이 있다면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감옥에 가겠다”고 응수했다.
홍 후보는 유 후보의 ‘세탁기’ 공세에 대해서도 “저는 세탁기에 들어갔다 나왔다. 다시 들어갈 일은 없다”고 반격했다. 그는 “유 후보는 제가 보기엔 과거(2012년 대선) 이정희 의원을 보는 기분”이라며 “지금 주적(主敵)은 문재인 후보다. 문 후보를 공격해야지”라면서 자신에게 공격이 집중되는 것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하지만 심상정 후보가 홍 후보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심 후보는 “세탁기에 들어갔다 나왔다고 하는데 세탁기가 고장 난 것 아니냐”며 “홍 후보는 정책을 논의할 자격이 없다. 자격부터 먼저 따져야 한다”며 협공에 나섰다. 심 후보는 “경남지사를 하면서 태반을 피의자(피고인)로 재판받으러 다녔으면 경남도민에게 석고대죄하고 사퇴해야 하는데 꼼수 사퇴를 하면서 도민 참정권도 가로막았다”며 “양심이 있어야 할 것 아니냐. 최소한 염치가 있어야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홍 후보는 꼼수사퇴 논란에 대해 “그러면 대선에 나오면서 국회의원직을 사퇴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심 후보는 물론 유 후보와 안철수 후보를 동시에 겨냥했다.
당선 시 전교조와 민주노총을 응징하겠다는 홍 후보의 발언을 두고도 심 후보와 설전이 벌어졌다. 홍 후보는 “제가 경남지사로 있을 때 (전교조, 민주노총과) 붙어봤다”고 하자 심 후보는 “헌법파괴 정당다운 발상”이라며 “제가 대통령이 되면 홍 후보가 국민 세금으로 특수활동비 가져다가 사모님 생활비 드리고 그런 돈 제대로 알뜰하게 챙겨서 국가가 나서서 청년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홍 후보는 “심 후보는 대통령 될 일이 없으니 그런 꿈은 안 꿔도 된다”고 공격하자 심 후보는 “제가 반드시 대통령 하겠다”며 “홍 후보 같은 분 때문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위태롭고 헌정질서가 유린당하는 국정농단이 계속되는 것이다. 국민은 그런 정치인은 보고 싶지 않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공세에 가담했다. 문 후보는 홍 후보가 유 후보에게 “우리의 주적은 문재인 후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저는 뼛속까지 서민이고 그런 점에서 저와 같은데 왜 제가 주적이냐”고 따졌다. 이에 홍 후보는 “문 후보는 친북좌파이기 때문”이라며 “당선되면 제일 먼저 북한 김정은을 찾아가겠다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주적”이라고 비판했다.
문 후보는 “지금 안보위기가 맞느냐. 그러면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안보위기 책임이 있다”고 공격하자 홍 후보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간 북에 수십억 달러 퍼줬다. 20년간 못한 외교로 못한 것을 자기가 대통령이 되면 하겠다는 그런 어처구니없는 말을 국민이 믿지도 않는다”고 응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