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조촐한 기념식은 지난 2002년부터 팬들 사이에 퍼졌다. 무려 21시즌 연속으로 토트넘보다 높은 순위에서 마쳤으니 아스널 팬들에게는 당연한 행사다. 지난 시즌에도 마지막 날 1점 차의 아슬아슬한 우위를 지켰다. 우승에 한 맺힌 아스널 팬들은 적어도 토트넘은 이겼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아쉬움을 달래곤 했다.
● 리그 4위마저 어려운 아스널
토트넘보다 높은 순위 확정된 날
아스널 팬들 ‘성 토터링엄데이’ 기념
올 6위 부진..22시즌만에 뒤집어질판
그러나 올해 아스널 팬들은 성 토터링엄 데이가 사라진 우울한 봄을 보내야 할 것 같다. 단조로운 선수기용에 주포 알렉시스 산체스의 팀 내 불화설, 메주트 외칠의 부침이 겹치면서 13일 현재 아스널은 승점 54(16승6무8패)의 6위에 처져 있다. 역전 우승까지 넘보는 2위 토트넘(승점 68·20승8무3패)과 14점 차. 한 경기 더 많은 8경기를 남기고 있지만 그래도 극복하기 큰 격차다. 아스널이 토트넘에 14점 이상 뒤지기는 1963년 5월 이후 54년 만이다. 1995-1996시즌 5위 이후 21년 만에 4위 밖에서 시즌을 마감할 가능성도 크다. 아스널은 최근 두 달간 리그 1승에 그치고 있는데 이 사이 당한 리그 원정 4연패는 1996년 아르센 벵거(프랑스) 감독 부임 후 처음이다.
한 아스널 서포터 단체에 따르면 이 단체 회원 1,000명 가운데 78%가 다음달 계약이 만료되는 벵거의 재계약을 반대한다. 그러나 구단의 생각은 다르다는 관측도 있다. 올여름 약 2,800억원을 투입하는 리빌딩 작업을 벵거에게 맡길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벵거의 거취는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 여부에 따라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아스널의 수익모델은 다른 빅클럽들보다 선수영입에 적은 돈을 쓰면서 챔스에서 쏠쏠하게 돈을 모으는 것이었다. 아스널은 지난 시즌 챔스에서 최소 640억원을 벌었다. 다음 시즌에는 이 돈을 앉아서 날릴 위기다. 사실 지난 2013년 약 600억원을 들인 외칠 영입을 기점으로 아스널은 이적시장에서도 꽤 많은 돈을 쓰고 있다. 4위 밖에서 마쳐 챔스 출전이 불발된다면 치명타를 피할 수 없다.
●역전우승까지 넘보는 토트넘
한때 14위 등 시행착오 속 팀색깔 찾아
이적생 손흥민·알리 종횡무진 활약
토트넘, 북런던 주인으로 등극
벵거가 아스널에 머문 21년 동안 토트넘 사령탑은 10명(감독대행 제외)이 바꿔가며 맡았다. 물론 한때 리그 14위로 추락하는 등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그런 과정들을 통해 최근에는 정답에 가까운 팀 색깔을 찾은 모습이다. 유망주 영입과 활용의 귀재로 통하는 벵거도 최근에는 토트넘에 빛이 가린 모양새다. 2015년 토트넘이 3부리그에서 약 70억원의 ‘헐값’에 데려온 델리 알리는 10배 가치 이상으로 활약하고 있다. 토트넘 유소년팀 출신의 해리 케인은 3년간의 임대생활을 통해 경험을 쌓은 뒤 득점왕에까지 올랐다.
리그 ‘4월의 선수’가 될 자격이 충분한 손흥민의 2015년 이적료는 약 400억원. 올 시즌 아스널이 영입한 미드필더 그라니트 샤카보다 약 140억원 싼 가격이다. 샤카는 리그 1골 2도움에 그치고 있다. 토트넘은 다음 달 1일 홈구장에서 열릴 아스널과의 맞대결에서 북런던의 주인이 바뀌었음을 노래할지도 모르겠다.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