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비트코인 악용 대출사기 기승

대포통장 규제로 이용 힘들자

비트코인 제도 공백 파고들어



대출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A씨는 금리가 저렴한 대출로 갈아타게 해주겠다는 전화를 받고 수수료 240만원에 대환 대출을 받기로 했다. A씨는 수수료를 계좌이체로 보낼 필요없이 손쉽게 편의점에서 비트코인 선불카드로 사면 된다는 말에 이를 구매했다. 또 선불카드를 직접 전달하기 전 영수증만 찍어 보내주면 일단 먼저 절차를 시작하겠다는 말을 믿고 영수증부터 보냈지만 이후 모든 연락은 끊겼다. 대출 사기범은 이미 영수증에 찍힌 비밀번호(PIN)를 통해 비트코인 거래소에서 현금으로 바꿔 간 뒤였다. A씨는 자신이 구매한 선불카드에서 비트코인이 빠져나간지도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이를 깨달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됐다.


비트코인과 관련한 국내 법규 공백을 틈탄 대출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금융당국이 대포통장 규제를 강화하면서 대포통장 이용이 어려워진 대출 사기범이 돈을 건네받는 수법으로 비트코인을 이용하기 때문인데 국내에서는 아직 비트코인 거래소 설립이나 유통 관련 제도가 없어 이를 막을 뾰족한 대책도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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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4분기 들어서 비트코인을 요구한 대출 사기 신고가 20건이 접수됐다. 사기 피해금액은 1억1,600만원이다. 사기범들은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을 요구해 마치 금전적 피해가 없는 것으로 오인하게 하는 수법을 썼던 것으로 금감원은 파악했다. 피해자가 비트코인 거래소에 들어가 생소한 거래 절차를 진행할 필요없이 선불카드를 구매한 영수증에 기재돼 있는 PIN 번호만 보내도록 유도하면 직접 거래소에서 현금화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현재 국내에는 비트코인에 대한 법률이 없어 비트코인 거래소의 설립 요건이나 등록, 신고 절차가 없어 이 같은 사기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은 “비트코인의 유통과 거래에 대한 제한도 없어 유통이나 거래 방식 등을 제한하는 식의 사전 예방은 어렵다”며 고객 스스로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흥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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