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2045년 한국, 家庭은 없고 家口만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급변하는 대한민국 가정지형도]

'부부+자녀' 가구 반토막

1인가구 비중 40% 육박

고령자 가구 1,000만 넘을 듯



#서울시내의 한 대형마트 귀퉁이에는 ‘대용량코너’라는 팻말과 함께 좁은 판매대가 마련돼 있다. 여기에는 1.5ℓ 콜라, 5개를 한 묶음으로 한 라면, 50개들이 두루마리 휴지 등이 진열돼 있다. 그러나 아이들을 카트에 태운 부모만 가끔씩 서성일 뿐 언제나 한산하다. 마트에는 주로 500㎖ 콜라, 낱개 라면, 1인용 즉석식품이 진열된다. 특히 인기 코너는 ‘실버용품’ 매장이다. 면적도 가장 크다. 노인 보행기, 안마 기계, 좌변기 안전손잡이 등을 파는데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소설 속 이야기 같지만 약 30년 뒤인 2045년에 우리가 경험할 세상이다. 13일 통계청의 ‘2015~2045년 장래가구추계’를 보면 2045년에는 고령자, 1인 가구가 급증하는 등 사회 전반에 지각변동이 일 것으로 보인다.

우선 가구주가 65세 이상인 ‘고령자 가구’가 전체의 절반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 고령자가구는 366만 가구로 전체의 19.3%에 불과했지만 2045년에는 1,000만 가구를 돌파(1,065만 가구)한다. 비중도 47.7%다. 저출산·고령화로 젊은 세대주는 줄어들고 한 집 건너 한 집은 가구주가 65세를 넘는다. 세부적으로 가구주가 70대(70~79세)인 비중은 같은 기간 9.5%에서 20.3%, 80세 이상인 가구도 3.4%에서 17.8%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한국의 일반 가정’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사는 구조다. 2015년 전국에 613만2,000가구, 전체의 32.3%를 차지한다. 그러나 30년 뒤 급속히 쪼그라든다. 2045년 354만1,000가구로 전체의 15.9%를 기록하면서 반 토막 난다. 미성년자가 있는 가정도 줄어든다. 2015년 30%에서 2045년 12.4%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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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1인 가구는 더욱 늘어난다. 2015년 518만 가구, 전체의 27.2%로 유형별 분류로 봤을 때 지금도 가장 많은 형태다. 하지만 2045년에는 809만8,000가구로 800만 가구를 돌파한다. 비중도 36.3%로 40%에 육박할 것으로 분석된다. 매년 1인 가구는 약 10만 가구(9만7,000가구)꼴로 불어난다. ‘일반 가정’이라고 하면 ‘부모+자녀’가 아니라 1인 가구를 떠올리게 된다는 의미다.

이지연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저출산·고령화가 멀리 있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곧 닥쳐올 현실”이라며 “지금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사는 가정이 일반적이지만 앞으로는 사라진다”고 평가했다. 이 과장은 “아이를 낳아도 아이와 사는 기간은 상당히 짧고 출가하고 부부가 사는 기간이 상당히 늘어난다”며 “1~2인 가구는 늘어나지만 다른 가구는 다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1~2인 가구는 2015년 53.3%에서 2045년 71.2%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3인 가구는 21.5%에서 19.8%로 줄고 4인 가구도 18.8%에서 7.4%로 뚝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부모·부모·자녀 등 3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도 2015년 103만4,000가구(전체의 5.4%)에서 64만5,000가구(2.9%)로 쪼그라든다. 한국의 전체 가구는 2015년 1,901만 가구에서 2043년 2,234만 가구로 정점을 찍고 2045년 2,232만 가구로 소폭 줄어든다.

미래 한국 가정의 모습을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어떨까. 국제 비교는 2035년까지만 가능한데 이때 한국의 고령자 가구 비중은 39.2%를 기록한다. ‘고령화’의 대명사 일본(40.8%)을 턱밑까지 쫓아가고 영국(2039년 기준 37%)을 앞지른다. 2035년 한국의 1인 가구 비중은 34.6%로 예상된다. 역시 1인 가구가 많은 일본(37.2%)을 바짝 추격하고 영국(30.7%, 2039년), 캐나다(30.4%, 2036년), 호주(26.5%), 뉴질랜드(26.6%, 2033년) 등은 제칠 것으로 보인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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