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월 동안 어느 때보다 뜨거운 가을과 겨울을 보냈다. 그 가운데 촛불집회가 있었다. 서울에서만 모두 22번이 열렸다고 한다. 촛불집회의 중심지는 (‘세종문화회관이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광화문이다. 그중에서도 광화문광장이다. 광화문광장은 광장이기는 하지만 좀 어색하다. 너비는 34m인데 길이가 555m나 된다. 비율이 극단적이다. ‘지상 최대의 중앙분리대’라는 말까지 듣는다. 광장 양옆으로 왕복 10차선의 차도가 둘러싸고 있다. 촛불집회의 주무대는 주로 광화문광장의 북쪽 끝에 마련됐다. 집회 참가자들은 긴 광장을 메우고 더 많아지면 차도를 메웠다. 그럴 경우 너비가 100m쯤 된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광장은 형태를 완성했다. 매주 토요일마다 광화문광장은 스스로 모양을 갖췄다.
광화문에 그나마 광장이 조성된 것은 지난 2009년이다. 세종로 일대는 정치·행정·업무가 집결된 국가 상징가로이자 600년 고도의 역사문화자원이 집중된 곳이다. 그에 걸맞은 변화가 필요했다. 세종로에 광장을 포함한 보행공간조성계획이 수립된 것은 1990년대지만 사람 중심의 공간으로 변신한 첫 결실이 지금의 광장이다. 불완전한 형태지만 시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런 광장이 또 한 번의 변신을 앞두고 있다. 서울시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왕복 10차선인 광화문광장 앞 도로를 대폭 축소하고 광화문 앞 월대를 확장하며 육조와 의정부터를 복원하는 등 거창한 사업이다.
내가 일하는 세종문화회관은 1978년부터 광화문 일대를 지켜왔다. 시민회관으로부터 따지면 66년간이다. 많은 사건과 변화를 겪으며 시민들과 함께 울고 웃어왔다. 광화문광장의 변신은 세종문화회관에도 좋은 기회다. 때맞춰 서울시가 주도하는 ‘세종로 예술복합단지’ 계획도 진행 중이다. 세종문화회관을 리모델링하고 콘서트홀을 새로 짓는 이 계획은 세종로 일대를 문화적 상징가로로 만드는 데 핵심이 될 것이다. 하나 더 더하자면 서울 도심을 지하로 모두 연결하는 언더시티 프로젝트에서도 광화문은 중요한 구간이고 대상이다. 서울의 도심이 위상에 걸맞은 모양을 갖추는 데 세종문화회관이 한몫할 날이 올 모양이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어깨가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