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보험

[S머니]"나 챙기기도 힘든데, 사후 걱정은 사치"...보험에도 YOLO 바람

고령화에 기대수명 늘어나고

비혼 등으로 1인가구도 증가세

보험사, 변화하는 트렌드 맞춰

인기 시들해지던 종신보험에

중도인출 옵션 등 더해 판매 ↑

생활비 보장 암보험도 쏟아져



‘가족을 위해 보험을 든다구요? 천만의 말씀. 제 인생을 위해 듭니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비혼과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보험가입 트렌드도 확 바뀌고 있다. 과거 같으면 보험을 들 때 가장 눈 여겨 봐 온 게 유족을 위한 ‘사망보험금’이었지만 요즘은 생활비 보장으로 옮겨 갔다. 기대 수명이 증가하면서 은퇴, 병이나 사고 등으로 인한 소득 상실에 대비할 수 있는 상품이 선호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때는 가장인 아버지가 죽더라도 남은 자녀와 아내의 안정된 삶을 보장해주는 종신보험이 큰 인기를 끌었지만 요즘은 많이 달라졌다”며 “100세 시대라는 말처럼 생존 기간이 길어지면서 당장 생활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다 보니 사후를 걱정할 여유는 그만큼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질병이나 소득상실 등의 위험 변수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지다 보니 사후 남을 가족보다는 당장 제 한 몸 건사하는 게 시급한 현안이 된 것이다. 심지어 비혼이나 무자녀 가정도 많다 보니 사후 보장에 대한 수요는 더 떨어지는 추세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도 사후보다는 생존 기간 동안 생활비나 의료비 보장을 강화하는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보험을 대하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뀌면서 이에 발맞추려는 움직임이다.


올 들어 쏟아지고 있는 보험상품 중에 생활비 보장 암보험이 대표적이다. 암 완치율이 과거에 비해 크게 높아지면서 수술 후 건강 관리, 요양, 생계 유지 등에 대한 걱정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이들 상품은 질병에 대한 대비는 물론 질병으로부터 생존한 후에도 품위 있게 살고 싶은 소비자들의 바람을 공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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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품을 출시한 삼성생명 관계자는 “치료비는 물론 암 진단 이후의 생활비까지 보장하도록 설계된 상품이어서, 실제 암 진단시 고객들이 정서적인 안정감을 찾는 데 많은 도움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기가 시들해지던 종신보험도 소비자들의 이 같은 변화를 반영해 목적자금 중도 인출, 연금 전환 등의 옵션을 장착해 사망보험금을 미리 당겨쓸 수 있도록 하면서 인기가 재연되고 있다.

지난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가구추계 : 2015~2045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1인 가구는 우리 나라 전체 가구의 27.2% 수준이었지만 2025년에는 31.3%, 2045년에는 36.3%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또 자녀 없이 부부만 사는 가구는 2015년 15.5%에서 2045년에는 21.2%로 늘어나고, 전형적인 일반 가구의 형태인 부부와 자녀로 이뤄진 가구는 2045년엔 전체의 15.9%에 불과할 것으로 추산됐다. 기대수명이 늘고 있다는 점 역시 1인 가구의 지속 기간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5년에 태어난 남아의 기대 수명은 79.0세, 여아는 85.2세로 각각 불과 10년새 각각 4.1세, 3.4세가 늘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1인 가구가 많이 늘어났지만 앞으로는 부부간의 사별로 인한 1인 가구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가입 트렌드가 변하는 것은 경제 불황으로 가계살림이 팍팍해 지면서 ‘인생은 한 번 뿐이다’는 인식과 함께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며 소비하고자 하는 바람인 이른바 ‘욜로(YOLO·You Only Live Once)’의 확산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혼·저출산으로 사후에 챙겨야 할 가족들이 없어지면서 젊은 층부터 노년층 모두 생전에 어려움이 처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보험에 대한 수요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혼·1인가족, 고령화 등이 보험 트렌드마저 바꿔놓고 있다.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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