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4차 산업혁명의 대동맥 역할을 할 5세대(5G) 이동통신 네트워크를 정부가 직접 투자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동통신 3사의 중복 투자를 방지하고 공익성을 강화해 모든 국민이 5G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5G 네트워크 구축 사업은 수십조에 이르는 방대한 예산이 드는데다, 이통사들 간 경쟁 실종으로 전체 서비스 품질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섞인 시선도 만만찮다.
14일 문 대선후보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아모리스(GS타워 1층)에서 열린 ‘디지털경제 국가전략 대선후보 초청 포럼’에 참석해 “5G 통신 구축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반 사업이자 미래 산업 발전을 이끌 원동력”이라며 “이통3사의 개별 중복 투자를 방지하고 네트워크 공익성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통신)요금은 대폭 내리고 편의성은 올리겠다”면서 “공공투자는 공공 일자리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구축하는 5G 통신을 기반으로 수 많은 파생 산업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문 후보의 공약에 산업계는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사업비만 수십 조에 달하는 데다 5G 기지국을 세우기 위한 공간을 우선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서 네트워크 구축에 시간이 더 많이 들기 때문이다. 또 국가가 5G를 직접 구축하게 된다면 기업 간 경쟁이 없어져 서비스 품질이 저하되고,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세계최초 같은 타이틀을 두고 이통사들 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업계 안팎에서 좋지 않은 소리를 듣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런 경쟁이 기술 발전이나 우리나라 통신 산업의 전체적인 경쟁력을 크게 끌어 올렸는데, 정부가 직접 5G 사업에 나서면 시장에서 경쟁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직접 5G 망을 구축하겠다는 얘기라면 아예 맨땅에서 시작하겠다는 수준”이라고 했다.
이날 문 후보는 5G 외에도 국가의 미래가 달린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 공약을 설명했다. 그는 “10년 전 우리는 세계언론으로부터 IT열풍, 청년벤처 성공신화 등으로 칭찬을 받았다”면서도 “지금 우리나라는 ICT산업 설비투자와 수출 등 경쟁력에 있어 하락세”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연간 700만명이 대학을 졸업하는데 그 중 300만명이 혁신창업에 뛰어뒤는 등 이미 세계는 4차산업 경주에 나섰다”며 “대한민국도 이제 다시 뛰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준비에 국가적 총역량을 모아 나가겠다”고 역설했다.
사물인터넷(IoT) 경쟁력을 구축하는데 앞장서겠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사물인터넷망 구축은 우리 국민의 삶을 눈부시게 발전시킬 것”이라며 “스마트 혁신으로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벤처기업이 달릴 수 있도록 탄탄한 길을 닦는 페이스메이커 정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산업과 관련해서는 “우리 게임 산업이 세계 최고 수준이었지만, 부정적인 규제가 많이 생기면서 중국에 까마득하게 추월당하고 지금은 자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우리에겐 충분한 잠재력 있다. 규제를 제대로 풀어 게임산업을 다시 한국경제의 신성장동력으로 만들겠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문 후보가 행사장에 들어오기 직전 노남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행사장 출입 문제로 문 후보 측과 마찰을 빚다 실신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주최 측이 노 후보를 행사장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자 “나도 대선후보인데 왜 들어갈 수 없냐”며 “무소속은 사람도 아니냐”고 이의를 제기했고, 이 과정에서 고성과 몸싸움이 이어졌다. 무력으로 행사장 밖까지 끌려나간 노 후보는 바닥에 그대로 쓰러졌고, 119 응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