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비(飛) 자는 날비몸 2개가 겹쳤고, 오를 승(升) 자를 아래에 붙였다. 날비몸이 2개라는 것은 모든 날것은 자연이든 만든 것이든 반드시 날개가 두 개 이상으로 대칭을 이루고 짝이 돼야 한다. 어떤 경우도 날개 하나로는 날지 못한다. 조류도 곤충류도 비행기도 마찬가지다.
중국어 간체자에서는 날비몸 하나로 날 비(飛) 자를 대신하는데, 이는 약속기호다. 다시 말해 날 비(飛) 자 획수를 줄여서 쓰기 쉽게 할 뿐이다. 본디 두 개의 날비몸에 오를 승(升) 자가 번체자다.
이동(移動·movement)은 대칭을 필요로 한다. 여기에는 과학이 들어 있고 물리의 법칙이 적용된다. 사람과 새는 두 개의 발이 있고, 게다가 새들은 두 개의 날개를 쓴다. 곤충도 날개가 홀수일 수는 없다.
움직임의 법칙, 이동의 법칙에는 반드시 대칭을 이루는 발, 대칭을 이루는 손, 대칭을 이루는 바퀴, 대칭을 이루는 날개, 대칭을 이루는 눈, 대칭을 이루는 귀, 대칭을 이루는 콧구멍이 필요하다.
손과 눈, 귀와 콧구멍 따위는 불편을 감수한다면 우선 급한 대로 하나만 있어도 가능하다. 그러나 대칭으로 완벽하게 갖춰졌을 때 원하는 속도를 충분히 낼 수 있고 안전하게 천적으로부터 몸을 피할 수 있다.
가령 하나의 눈만 가지고 있다면 거리 조절에 장애가 있고, 귀가 하나뿐이라면 천적이 어느 쪽에서 다가오는지 느끼지 못한다. 팔이 하나밖에 없다면 팔 없는 쪽이 안쪽이 돼 한 자리에서 계속 맴돌기만 할 것이다.
자동차 바퀴가 네 개인 것은 속도와 함께 그만큼 안정적인 까닭이다. 이륜차에 해당하는 자전거·오토바이는 좌우 대칭이 아니라 앞뒤 대칭이다. 움직임에서 또는 이동에서 이동의 구성요소는 대칭을 이뤄야 하지만 이동환경은 결코 대칭이 아니다. 이를테면 같은 시간대에 여러 방면으로 동시에 이동할 수는 없다. 동쪽으로 1m를 움직이면서 동시에 서쪽 남쪽 북쪽과 위아래로 1m씩 옮길 수는 없다. 다만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우주의 팽창뿐이다. 그러나 우주가 동시에 팽창하고 퍼져간다고 해서 시간까지 앞뒤로 함께 움직일 수는 없다.
생명이 태어나는 순간 그에게 주어진 시간의 흐름성(性)이 미래와 과거로 동시에 흐를 수는 없다. 우주도 공간적으로 동시에 팽창할 수는 있으나 시간마저 과거와 미래를 향해 동시에 흐를 수는 없다. 나는 날 비(飛) 자에서 오를 승(升) 자는 잠시 접어두고라도 날비몸이 두 개 겹친 날 비(飛) 자를 볼 때마다 늘 물리와 시공간을 함께 생각하곤 한다.
깃 우(羽) 자가 날개를 안으로 접고 있는 이름씨(名詞) 모습이라면 날 비(飛) 자는 날개를 밖으로 펴고 비상하는 움직씨(動詞)의 모습이다. 이 두 가지 이미지를 한데 묶은 것이 무인항공기 곧 드론이다. 드론에는 날개와 엔진 등에 따라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바이콥터(bi copter)·트라이콥터(tri copter)·쿼드콥터(quad copter)·펜타콥터(penta copter)·헥사콥터(hexa copter)·옥타콥터(octo copter)·도데카콥터(dodeca copter)가 있고, 요(yaw)의 기능에 따라 Y4·Y6가 있으며 브이테일(V tail)·X8 따위가 있다. 이들 모든 드론이 다 대칭성을 이루고 있다.
바야흐로 조기 대선이 시작됐다. 이럴 때 안전성이 돋보이는 멀티콥터(multi copter) 드론을 전국에 띄웠으면 싶다. 대한민국의 키를 맡길 만한 후보를 제대로 살펴보고 검증해야 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