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제주도를 다녀온 손 모 씨는 “새벽에 도착했는데도 공항이 내국인들로 꽉 찼다”며 “유커이 사라지면서 주요 관광명소는 다소 한산했지만 오히려 여유 있게 가족들과 즐길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은행원 이 모 씨는 곧 다가올 5월 황금연휴에 제주도를 찾을 계획이다. 이씨는 “같은 팀 내에 이달 들어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사람만 세 명”이라며 “과거에 제주도에 갈 때는 중국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일본을 주로 찾았는데 이제 제주도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생각에 항공권을 예약했다”고 말했다.
한국관광 금지 등 중국의 사드 보복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했던 제주 관광산업이 때아닌 ‘내국인 특수’를 노리고 있다.
실제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이 노골화된 지난 3월 한 달간 제주도를 찾은 유커 등 외국인 관광객은 10만7,000여명으로 전월에 비해 무려 55.4% 감소했다. 줄어든 외국인 관광객의 대부분은 중국인이다. 중국인 관광객은 7만7,000여명으로 지난해보다 61.4% 감소했다. 반면 내국인 관광객은 지난 2016년 3월 91만8,000여명에서 2017년 3월 101만2,000여명으로 10.3% 증가했다. 내국인이 유커의 빈자리를 채우면서 3월 전체 관광객도 전년 동월에 비해 3.4% 줄어드는 데 그쳤다.
유커가 사라진 제주도에는 최근 들어 힐링 여행을 원하는 내국인은 더욱 많아지고 있다. 11번가에 따르면 3월5일부터 4월4일까지 제주도 여행 패키지 상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78% 증가했다. 제주 렌터카 상품 매출도 이 기간 169%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1번가의 한 관계자는 “제주도에 힐링 여행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3월 들어 제주도 항공권·숙박·패키지 등 여행상품과 렌터카 구매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말했다.
5월 황금연휴 기간에도 예외는 아니다. 티몬이 5월 황금연휴 기간에 항공권 발권 추이를 분석한 결과 항공권 예약 1위 여행지로 제주도가 선정됐다. 11번가 조사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5월 황금연휴 때 가장 많이 팔린 항공권은 1위가 제주도였으며 2위는 도쿄, 3위는 오사카였다.
돌아온 내국인은 호텔업계에도 단비다. 제주신라의 경우 5% 비중이던 중국인이 2~3%대로 낮아진 반면 내국인은 80% 중반에서 90%대로 올라 오히려 3월 예약률이 소폭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롯데제주호텔 역시 3월 내국인 숙박 비중이 8%가량 늘어났다.
수학여행으로도 다시 제주를 찾고 있다. 제주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수도권 지역에서 제주로 교육여행을 실시할 예정인 학교는 106개교로 총 3만100여명이 제주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수도권 지역에서 수학여행이 예정된 학교 중 66.1% 수준이다. 수학여행을 계획한 수도권 학교 2곳 가운데 1곳 이상이 제주를 오는 셈이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과부 교수는 “사드 위기를 내국인 관광 활성화의 기회로 삼는다면 이번 위기를 극복해나갈 수 있다”며 “유커의 빈자리가 워낙 큰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위기를 통해 유커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심희정·박성규·박윤선기자 yvett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