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저출산·고령화에 38.4조 퍼붓는다는데...“외형만 늘린 재탕” 목소리

전체예산의 10% 육박

고용디딤돌 기업 16개→1,100개

주택연금 공급액 10.2조→13.4조

“청년일자리·주거 핵심대책 빠져

인구절벽 해소 여부는 미지수”



정부가 ‘인구절벽’ 해소를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다. 올해만 저출산·고령화에 38조 4,000억원을 투입한다. 국가 전체 예산(400조5,000억원)의 10%에 육박하는 돈으로 인구 문제 해결에 ‘올인’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본질을 건드리는 특단의 대책은 없고 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기존 프로그램의 외형만 확장한 재탕 수준이라 인구절벽을 해소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14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기 저출산·고령사회 위원회’ 출범 이후 첫 회의를 주재하고 ‘저출산·고령사회 2017년 시행계획’ ‘지방자치단체 저출산 시책 지원방안’ 등 5건의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지원방안의 키워드는 나랏돈의 대거 투입이다. 중앙정부만 38조4,000억원을 집행한다. 지자체(5조원)까지 합하면 43조 4,000억원에 달한다. 세부적으로 중앙정부 예산 중 저출산이 24조1,000억원, 고령사회 대응이 14조3,000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12.6%, 3.6% 늘었다. 지자체는 저출산에 3조5,000억원, 고령사회에 1조5,000억원을 투입해 5%, 14.3%씩 증가했다.


프로그램별로 보면 저출산 문제 해소 차원에서 신혼부부 대상 공공주택 2만1,300가구를 저렴한 분양가로 공급할 예정이며 국공립 어린이집 등을 확충해 공공보육 시설을 이용하는 아동 비율도 지난해 30%에서 올해 32%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중소기업 남성의 육아휴직을 활성화하기 위해 육아휴직지원금을 인상하고 대체인력 지원도 확대할 방침이다. 취업준비생의 교육 훈련과 취업을 연계하는 ‘고용디딤돌’ 참여기업을 지난해 16개에서 올해 1,100여개로 대폭 늘려 청년 일자리 7,000개를 창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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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주택연금 공급 목표액을 지난해 10조2,000억원에서 올해 13조4,000억원으로 확대했다. 노인 일자리도 지난해 41만9,000개에서 올해 43만7,000개로 늘릴 계획이다.

지자체도 힘을 보탠다. 지자체별로 출산 취약지 임산부 이송지원 확대(전라북도) 등 총 3,601개에 달하는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황 대행은 “저출산 쇼크라고 할 만한 상황이 지속되고 세계에서 유례없는 급속한 고령화로 ‘재앙’이 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며 “철저한 분석과 반성으로 인구 위기 극복에 총력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프로그램이 재탕 성격이 강해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아이를 안 낳는 핵심 이유는 청년 일자리 불안, 주거·사교육비 부담 등인데 이를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현재 청년 취업자의 35%가량이 비정규직이어서 결혼은 엄두도 못 내는 실정이지만 관련 대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올해 약 2만가구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한다지만 한 해 약 30만쌍 내외가 결혼하는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모자라다. 사교육비에 대한 대응책도 빠졌다. 고령사회 대책도 마찬가지다. 그동안의 예산 투입에도 지난 2015년 현재 65세 이상 자살률은 58.6명(인구 10만명당 자살자)으로 5년 만에 반등했다. 대책들이 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의미인데 프로그램 개편보다는 기존 것에 예산을 더 얹는 수준에 그쳤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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