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파이낸셜 포커스] 엉터리 시중銀 통계, 확인도 없이 국회 보고한 금감원

● 오류 통계도 걸러내지 못하는 감독 당국

작년 감지·적발 보고기준 바뀌며

은행들 혼선…일부 수치에 오류

잘못된 통계 토대 관리·감독 도마에





시중 은행들의 이상거래를 적발해 자동으로 정지시키는 기능인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운영을 관리·감독해야 할 금융감독당국이 그동안 엉터리 통계를 참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통계가 엉터리다 보니 관리·감독이 제대로 될 리 만무했고 결국 최근 태국에서 씨티카드 고객 28명의 계좌에서 돈이 인출되는 사태를 미리 막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2015년부터 국내 16개 은행으로부터 FDS 운영현황을 취합해 매월 모니터링하고 있다. 하지만 취합된 자료 중에는 일부 수치에 오류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각 은행이 용어를 혼동해 수치를 잘못 적어 보고한 것인데 금감원도 이를 재확인하는 절차가 없어 오류 통계가 방치된 것이다. 올해 1월 각 은행의 FDS 감지 및 적발 건수 통계 자료를 보면 씨티은행은 23건의 감지 건수와 0건의 적발 건수를 보고했다. 하지만 금감원 취합 자료에는 감지 및 적발 건수 모두 0건으로 기재돼 있다. 씨티은행 내부적으로는 23건의 감지 건수가 발생했지만 금감원 보고 때는 새롭게 바뀐 기준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0건’으로 보고한 것이다. 씨티은행의 한 관계자는 “FDS가 문제없이 돌아가서 0건의 피해가 있었다는 의미에서 감지와 적발 모두 0건으로 보고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금감원이 시중 은행의 보고 수치를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은 채 통계로 잡은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특히 1월 FDS 통계에서 다른 시중은행은 많게는 수천건씩 이상거래가 탐지됐다고 보고됐지만 씨티은행만 0건을 보고했는데 금감원은 이를 제대로 확인도 않고 취합해 국회나 언론사 등에 공개했다. 지금 시스템대로라면 시중 은행이 악의적으로 수치를 조작하는 등 허위 보고를 해도 금감원이 이를 잡아낼 수 없다는 얘기가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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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치를 잘못 보고한 금융회사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지만 금융당국은 수치가 뭔가 이상하다 싶으면 팩트를 체크해야 했다”며 “단순한 실수 같지만 엉터리 통계를 공개했다는 점에서 당국의 정책 신뢰를 갉아먹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1월 통계 자료에서만 오류가 확인됐지만 최근 한국은행에서 두 번 연속 잘못된 통계를 발표해 물의를 일으킨 것처럼 금융당국 전반의 자료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지적인 셈이다. FDS는 보이스피싱이나 부정 인출 등 금융거래 관련 사기를 사전에 포착하고 차단하는 시스템이다. FDS가 제대로 작동해야 애꿎은 피해를 막을 수 있는데 통계 자료에 허점이 생기다 보니 금감원이 제대로 관리·감독을 하고 있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금감원은 보이스피싱·스미싱 등 신종 금융사기가 속출하자 2014년부터 카드사·은행 등 전 금융사에 FDS를 구축하고 꾸준히 인력 및 시스템을 고도화해나갈 것을 주문했지만 스스로 집계 오류를 범하면서 할 말이 없게 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FDS가 논란이 되고 나서 해당 자료에 대해 금융보안원을 통해 씨티은행에 사실이 맞는지 확인을 했다”면서 “당시 자료에 문제가 없다고 해놓고선 이제와서 언론사를 통해 허위보고를 자백하니 금감원 입장에서는 황당하고 씨티은행 FDS 실태를 전반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2015년부터 수신 기능이 없는 한국수출입은행을 제외한 국내 전 은행의 FDS 감지 건수를 취합해왔다. 감지 건수는 FDS가 이상거래로 감지하고 거래를 사전에 차단하거나 이중 확인을 거친 건수를 말한다. 그런데 감지 건수만 취합하다 보니 FDS가 감지한 이상거래가 실제로 금융사기 건이었는지 기기 오작동에 의한 것이었는지 알기 어려웠다. 이에 올 1월부터는 FDS가 제대로 가동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감지 건 외에 금융사가 고객에 전화를 걸어 실제 이상거래로 판명이 난 자료인 ‘적발 건수’까지 받아보기 시작했다.

이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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