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졸속 매각에...금호타이어 해외판매 급감

1분기 해외 판매 10%나 '뚝'...유럽·중남미 큰폭 줄어

금호 브랜드 지속 사용 여부 문의 빗발

신차용 타이어 시장서 철수 이어질 듯



금호타이어의 지난 1·4분기 해외 판매가 급감했다. 채권단의 매각작업이 매끄럽지 진행되지 못하면서 해외 거래처들의 동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호타이어를 신차에 장착해온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중국 더블스타로 매각될 경우 거래선 교체를 검토 중이다. 금호타이어가 더블스타에 팔리면 주요 거래선이 끊기고 판매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매각 전부터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는 매각작업이 멀쩡한 금호타이어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의 1·4분기 해외 시장 교체용 타이어(RE)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급감했다. 유럽·중남미·아시아 등 대부분 지역 해외 판매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의 매출 가운데 해외 비중은 66%로 압도적으로 높다.


해외 판매가 급격히 줄어든 원인으로는 채권단의 졸속 매각작업이 지목된다. 금호타이어가 더블스타에 팔리면 해외에서 인지도가 높은 금호 브랜드를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영업·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매각협상 과정에서 상표권 문제를 명확하게 해결하지 못했다. 또 절차상 문제로 인해 매각작업이 난항을 겪으면서 해외 거래선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금호타이어가 더블스타에 팔릴 경우 브랜드 이미지를 고려해 신차용 타이어(OE) 공급선을 바꾸는 것을 검토 중이어서 향후 판매 확대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강도원·조민규기자 theone@sedaily.com ☞7면으로 이어짐

올 2월 중국 타이어 업체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의 미국 대형 거래처 정보를 알아내 영업 미팅을 먼저 제안했다. 앞서 1월 산업은행으로부터 금호타이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지만 주식매매계약서(SPA)를 체결하기 전이라 최종 확정된 상황은 아니었다. 더블스타는 미국 거래처 측에 “우리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것”이라며 “앞으로 협력을 강화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금호타이어는 해당 거래처에 추가 물량을 공급하려던 계획을 접어야 했다. 거래처에서 매각작업이 진행 중이니 당분간 거래를 늘리지 말자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해당 거래처는 한발 더 나아가 금호타이어와의 거래 지속 여부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호타이어의 해외 판매 급감은 글로벌 14위 업체가 34위에 불과한 중국 업체로 팔릴 경우 브랜드 가치는 물론 품질이 저하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 북미와 유럽·중남미·아시아 등 주요 거래선들은 금호타이어 매각작업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하면서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호 브랜드를 단 제품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지를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다. 타이어가 터지거나 파손돼 바꾸는 교체용 타이어 시장에서는 브랜드 로열티가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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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량 공급 확대를 약속했던 주요국 거래선들은 더블스타로 매각된 후 금호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는지, 품질에 문제가 없는지 등 상황을 좀 더 지켜보고 관련 내용을 확정하겠다며 계약을 연기 또는 취소하고 있다. 이처럼 거래선이 크게 동요하면서 신규 거래선 발굴은 사실상 중단되고 기존 계약 물량을 유지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완공한 미국 조지아 공장(400만본)이 본격 가동에 들어가 신규 거래선 발굴이 시급한 실정이다.

특히 최근 원재료 가격이 크게 올랐음에도 예민해진 거래선들을 의식해 공급 가격 인상도 쉽지 않아 수익성도 악화됐다. 그나마 믿었던 국내 판매도 10%가량 줄어든 형편이다. 이렇다 보니 금호타이어가 1·4분기에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당초 금호타이어가 1·4분기에 300억원 전후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을 것으로 내다본 바 있다.

한편 금호타이어로부터 신차용 타이어를 공급받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더블스타로의 매각이 현실화될 경우를 대비해 거래선 교체 등 대응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더블스타는 트럭 등 상용 타이어 전문업체여서 승용차 타이어 시장에서 인지도가 낮다. 금호 브랜드 사용권을 갖고 있는 금호산업이 불허할 경우 더블스타는 자사 브랜드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완성차 업체들은 특히 유럽이나 미국으로 수출되는 신차에 더블스타 타이어를 장착하는 데 부정적인 입장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차에 장착하는 타이어는 차량의 품질과 직결된다”면서 “중국 브랜드 타이어를 탑재할 경우 상품성 저하와 소비자 불만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매각절차상 하자가 금호타이어 경쟁력 악화에 가장 큰 이유라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은행은 매각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금호 브랜드 사용권 문제를 명확하게 정리하지 못했다. 또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주식매매계약서 세부내용 등 관련 서류를 공개하지 않아 불공정 논란을 자초했다. 업계 관계자는 “상표권 문제를 포함해 매각작업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하면서 기존 거래선들의 피로감도 커졌을 것”이라며 “졸속 매각작업으로 금호타이어의 브랜드 가치도 큰 타격을 입었다”고 전했다.

/강도원·조민규기자 theone@sedaily.com

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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