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빅데이터의 폭발적인 증가에 따라 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인공지능(AI)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아직까지 완전한 형태의 AI 기술에 도달하지는 않았으나 인터넷 검색 등 일상생활의 편의 증진 서비스에서 점차 고도화한 시스템으로 실용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특히 물리학·생물학·디지털공학 등 다양한 신기술이 융합하면서 경제와 산업 전반에 혁신적 변화를 일으키는 4차 산업혁명이 현실로 다가오며 AI 기술의 접목이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는 의료·헬스케어 분야는 혁신적 변화의 주체로 주목받게 됐다.
의료·헬스케어 영역에서 AI는 모든 가용 정보의 분석으로 환자 치료 방법과 계획을 탐색해 의사가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며 정교한 학습 기반의 AI 알고리즘은 수년 내 헬스케어 영역에서 자리를 잡게 될 것이다. 현재 의료 분야에서는 IBM의 왓슨이 종양 전문의를 위한 특별 프로그램(Watson for Oncology) 도입으로 증거 기반의 치료 옵션을 제공하며 선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구글·애플 등의 글로벌 기업도 빅데이터 분석 경쟁력 확보를 비전으로 내놓고 관련 제품 및 서비스 개발 경쟁을 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과 사용 편의성만 개선된다면 의료 분야에 대변혁을 가져올 것이다.
의료·헬스케어 분야 AI의 핵심은 데이터의 활용과 관리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이며 데이터 수집·저장·분석·정상화 및 추적 관리로 기존의 의료 시스템에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구글의 딥마인드 등 의료 데이터 마이닝을 위한 시스템 개발은 더 빠르고 더 나은 의료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시대를 열 것이다.
개인의 건강기록과 의료 데이터 기반의 온라인 AI 의료 컨설팅 서비스는 진료 대기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환자에게 적합한 효율적 진료 방안을 제공한다. 유전체 분석에서도 AI는 유전정보와 의료기록의 빅데이터 패턴을 확인해 질병과 돌연변이의 연관성을 찾고 유전자 변이에 따른 차세대 세포 내 변화 예측 기술 개발에 활용돼 초기 암 또는 혈관 질환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한다.
임상시험을 통한 의약품 개발에는 통상 10년 이상이 걸리고 수십억달러의 비용이 드는데 AI 기술을 활용해 기존의 안전성이 확보된 의약품을 리포지셔닝하면 현재 세계적으로 의약 산업이 직면해 있는 신약 개발 투자 대비 생산성 저하와 파이프라인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신약 개발이 가능할 것이다.
스티븐 호킹 박사는 완전한 AI가 인간의 두뇌보다 잘 작동해 우리의 삶을 통제하고 인류의 종말을 불러올 수 있다고 언급했으나 이제 우리는 AI에 관한 편견과 두려움을 없애고 AI가 어떻게 유익할 수 있는지, 가능한 위험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이를 위해 AI의 의료·헬스케어 분야 적용에 대한 윤리기준을 수립하고 가능한 위험의 회피를 위해 AI의 점진적 개발이 필요할 수 있다. 의료인은 AI가 의료 환경에서 어떤 도움이 되는지 이해하고 AI 솔루션 개발 회사는 진료에 AI를 사용할 때 얻을 수 있는 이익과 위험에 대한 정보 제공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정부 부처에서는 AI의 의료·헬스케어 분야로의 제도권 도입을 위해 AI 시스템의 성공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명확한 지표를 마련해 합리적인 AI 솔루션이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융합과 연결로 새로운 의료·헬스케어 시장을 확대하고 환자의 편의를 증진하는 것은 시대적 사명이다.
다만 복잡하게 연결된 새로운 시스템의 위험 관리는 기존의 시스템 관리와 차원이 다르다. 시스템의 본질과 스코프가 바뀌면서 과거의 시스템에 최적화된 규제의 범위를 벗어날 수 있고 의료기관 등 이해당사자 간에 이해가 상충할 수 있다. 이러한 이해 상충을 줄이며 공공의료로의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법과 규제, 관습과 관념 등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새로운 시스템 관리 방안의 구축이 필요할 것이다.
앞으로의 헬스케어 시장은 단품기능 경쟁에서 AI 인텔리전스 기반의 비즈니스 생태계 경쟁으로 게임 룰이 바뀔 것으로 예측된다. 이제부터라도 신산업 육성에 대한 총론은 찬성하나 각론에서는 반대 입장으로 제자리 뛰기만 하다가 타이밍 실기로 미래 먹거리를 다른 국가나 기업에 빼앗기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류규하 삼성서울병원 사업화추진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