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압박해 친정부 성향의 보수단체에 거액의 자금을 대주고 각종 시위를 배후 조종한 의혹과 관련, 검찰이 의심되는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9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이른바 ‘화이트 리스트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심우정 부장검사)는 최근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을 지낸 정관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불러 조사했다. 문화예술인 지원 배제 명단(블랙리스트) 사건으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구속기소 돼 재판을 받고 있는 정 전 차관이 이번에는 ‘화이트 리스트’ 사건의 핵심 수사 대상자로 조사를 받는 것이다.
검찰은 정 전 차관을 상대로 국민소통비서관으로 재직 중이던 2014년 무렵 전경련 어버이연합 등 극우 성향의 보수단체들에 자금을 대 주도록 요구한 적이 있는지 집중적으로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청와대가 친정부 시위나 야당 비판 시위 등을 요구하는 대가로 보수단체들에 자금을 지원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여러 관계자를 추가로 조사했다.
앞서 조사한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 외에도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 김모 자유총연맹 전 사무총장을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전경련의 자금 지원을 받은 배경을 캐물었다.
검찰은 ‘관제 데모’의 배후로 의심받는 국민소통비서관실의 허현준 선임행정관의 윗선에서 보수단체 재정 지원 압력이 시작됐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허 행정관 단독 행동이 아닌 청와대 차원의 조직적인 행동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달 말 수사 종료를 목표로 하는 검찰은 정 전 차관을 비롯한 당시 청와대 고위 공직자들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강요 등 혐의로 기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소위 화이트 리스트 사건은 실체가 있는 사건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지원금을 정상적으로 회계처리 하지 않고 쓴 정황이 밝혀짐에 따라 단체 책임자들을 횡령·배임 등 혐의로 처벌하는 방안도 신중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어버이연합 의혹’은 ‘화이트 리스트’ 의혹이 본격화하기 전인 작년 4월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친정부 성향 시위에 활발히 나서던 이 단체가 전경련으로부터 2013∼2015년 벧엘복음선교회 계좌로 2억 1,500만원을 ‘우회 지원’받았고 배후에 청와대가 있다는 것이 의혹의 뼈대다.
검찰은 작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고발 등을 계기로 어버이연합 수사에 착수했다가 특검이 보내온 ‘화이트 리스트 의혹’ 사건과 함께 수사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