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고(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비망록 감정에 나선다.
이 비망록은 숨진 김영한 전 수석이 지난 2014년 6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내용을 기록한 것으로,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블랙리스트) 작성에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관여한 중요 증거로 꼽힌다.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 전 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속행 공판을 열고 “국과수에 (필적감정을) 촉탁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재판부에 감정을 신청한 데 따른 결정이다. 특검은 김 전 실장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비망록을 증거로 쓰려 했으나, 변호인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증거 채택에 반대하자 비망록의 필적을 감정해달라 신청했다.
검찰이 제출한 문서가 증거로 쓰이는 데 피고인 측이 동의하지 않으면 작성자를 증인으로 불러 직접 쓴 것이 맞는지 물어본 다음 증거 채택 여부를 정하는 것이 기본적인 절차다. 그러나 숨진 김 전 수석을 증인으로 부를 수 없어 이 같은 방안이 나온 것이다.
특검은 비망록 내용이 김 전 실장의 지시를 받아 적은 것이라고 보고있다.
이 때문에 특검과 김 전 실장 측은 비망록이 증거로서 효력이 있는지를 두고 날 선 공방을 벌여 왔다.
앞선 공판에서 특검은 “(증거로 제출한 비망록 스캔 파일과) 원본과의 동일성, 기재한 형태를 다 같이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김 전 실장 변호인은 “원본을 복사하는 과정에 이의가 있어서 (증거 사용에) 동의하지 않은 게 아니라 실제 김 전 수석이 작성한 것인지, 그 내용이 믿을 만한 것인지 동의할 수 없다는 취지”라고 맞서며 검증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을 보였다.
/김민제 인턴기자 summerbreez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