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시각 장애 1급 선생님의 '좌절'

<오늘 장애인의 날...교직 門 열렸지만 여전히 높은 문턱>

사비 털어 보조원 구하고...지원부족 호소하자 교장 눈 밖에 나 꿈 접기도

서울시 장애인 교사 576명에

보조원은 18명 그쳐 태부족

교육현장 이해도 크게 떨어져

장애인 인식교육 의무화 필요



서울에 사는 3년 차 교사인 김모(35)씨는 시각장애 1급 장애인이라 최근 학교생활을 돕던 보조원이 갑자기 일을 그만두자 난처해졌다. 벌써 세 번째로 보조원을 떠나보낸 것이다.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김씨는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어떤 행동을 하는지 알 수 없어 사비를 털어 보조원을 구했다. 하지만 보조원들은 매번 열악한 처우에 고민하다가 일을 그만뒀다. 김씨는 “보조원은 교사와 학생들의 소통창구로 큰 역할을 한다”면서 “보조원과 호흡을 맞추려면 시간이 걸리는데 익숙해질 만하면 떠나니 힘들다”고 토로했다.

장애인 교사들이 열악한 근로조건과 교육현장의 인식 부족으로 교사로서의 꿈을 접는 등 고충을 겪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 2007년부터 장애인 초중등 교사를 별도로 채용하면서 장애인들에게도 교직 진출의 문이 활짝 열렸다. 하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장애인 교직 진출은 여전히 어렵고 교단에 선 교사마저도 좌절을 느끼게 한다.

19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서울시 초중등학교의 장애인 교사 수는 모두 576명으로 전체 교직원 4만5,164명의 1.2%를 차지한다. 그나마도 지난해 460명에서 25%가량 늘어난 수준이지만 법정고용률인 3%의 절반을 밑돌았다. 이는 길은 열려 있지만 문턱은 여전히 높다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더구나 현재 서울시교육청에 속한 장애인 교사를 돕는 보조원은 단 18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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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교사에 대한 보조원 지원은 시도 교육청에서 맡고 있다. 하지만 각 교육청은 법령 미비를 이유로 장애인 교사 보조원에 대한 예산 증액을 꺼리고 있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전국에서 사정이 가장 낫다는 서울시마저도 장애인 교사 보조원이 18명에 불과할 정도”라며 “다른 시도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고 전했다.

장애인 교사에 대한 교육현장의 이해도 현저히 떨어진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서 영어교사로 근무하는 6년 차 시각장애 3급 교사 이정진(32)씨는 눈의 상태가 계속 나빠져 병원에 입원했다가 재활을 위해 추가로 병가휴직을 신청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주위의 따가운 눈총이었다. 이씨는 “장애는 계속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치료보다 재활이 더 중요하다”며 “하지만 학교에서는 이러한 이해 없이 진단서에 있는 치료기간만큼만 휴직을 인정한다”고 전했다.

지원 부족과 주위 편견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 교사들의 고충을 처리해줄 단체나 제도, 담당 인력도 없다. 경상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2년 차 지체장애 2급 교사 박모(28)씨는 지난해 11월 근무여건에 대한 고충을 관내 교육청에 제기했다가 교장의 눈 밖에 났다. 교육청이 고충을 해결하기보다 민원 내용을 교장에게 전가한 탓이다. 박씨는 “한 번 일을 겪고 나니 고민이 생겨도 혼자 그냥 앓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고 체념하듯 말했다.

전문가들은 장애인 교원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 부족은 이들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만큼 이를 개선할 프로그램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진예 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연구원은 “현행 장애인복지법은 학생만 연 1회 장애인인식개선교육을 하게 돼 있다”며 “교장·교감 및 1급 정교사 자격증 등을 취득하기 위한 자격연수교육 때 장애인인식개선교육을 의무적으로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우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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