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건강보험료 개혁, 이제 시작이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보험료 납부 소득 중심으로 개편

저소득 지역가입자 혜택 기대

실질적 '지불능력' 반영하도록

부과체계 사회적 공론화 필요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이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내년 7월부터 1단계 안이, 오는 2022년부터는 최종안이 시행된다. 정부의 당초 안보다 2년 빨라졌다.


핵심적인 변화만 추려보면 우선 저소득 지역가입자에 대한 평가소득 보험료가 폐지된다. 대신 최저보험료가 신설된다. 보험료를 부과할 때 재산과표에서 내년에는 500만~1,200만원, 2022년에는 5,000만원을 빼주는 재산공제 제도도 도입된다. 소형차는 보험료가 면제 또는 인하된다. 전체적으로 내년에 약 600만세대의 보험료가 인하될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직장가입자의 ‘보수 외 소득’에 보험료를 부과하는 기준과 피부양자에서 탈락(지역가입자 전환)하는 소득 기준이 모두 내년 3,400만원, 2022년 2,000만원으로 낮아진다. 피부양자에서 탈락하는 재산과표도 기존의 9억원에서 5억4,000만원, 3억6,000만원으로 낮아진다. 형제자매는 내년부터 ‘소득이나 재산이 일정액 미만인 65세 이상, 30세 미만, 장애인’이 아니면 피부양자에서 제외된다. 전체적으로 내년에 36만명이 지역가입자로 전환된다.


이에 따라 연간 보험료 부담이 내년 7월부터 약 1조원, 2022년부터 2조원 이상 경감된다. 혜택이 주어지는 대상자는 대부분 저소득 지역가입자다. 앞서 발표된 정부안과 달라진 부분이 없지 않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정부안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야당이 그동안 주장해온 소득 중심의 일괄 개편안과 다소 거리가 있는 정부안을 거의 그대로 통과시킨 점은 주목된다. 현실과 목표지점 사이에서 타협으로 합의안을 이끌어낸 점은 향후 개선안의 진척에도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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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건강보험 통합 후 소득 중심의 부과 원칙에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해왔다. 다만 소득에만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이견이 있어왔다. 통과안이 시행되면 전체 보험료 가운데 소득의 비중은 95%로 높아지지만 지역가입자의 보험료에서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머물게 된다. 재산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 이를 이유로 한 저항도 만만치 않다.

국가보험(NHI)제도이든 국가보건서비스(NHS)제도이든 재원을 소득에서만 확보하라는 원칙은 없다. 원칙이 있다면 지불능력(ability to pay)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소득이 지불능력을 잘 반영한다는 점에서 ‘소득 중심’은 합의된다. 하지만 소득만이 지불능력이라고 보는 합의는 없다. 19세기 후반 오토 폰 비스마르크 독일 총리가 노동자의 근로소득에 보험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는 사회보험으로의 건강보험제도의 역사성이 ‘소득만’이라는 사고에 한몫했을 뿐이다. 2000년 직장·지역 건보 통합으로 건강보험료는 사실상 ‘건강 목적세’ 성격의 세금 구실을 해왔는데 ‘재산세’를 마냥 부인할 수 있을까.

소득 중심으로의 개편이 시작된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어떤 성격의 소득과 재산을 지불능력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건강보험료를 부과할 대상과 방식을 정교화해야 한다. 재산이라 부과하면 안 되는 것이 아니고 ‘송파 세 모녀’ 같은 이들의 소규모 전월세가 지불능력으로 간주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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