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임종룡 위원장의 마지막 당부]“당국 불필요한 규제, 금융사 보신주의, 국민은 공짜, 이것이 우리 금융현실"

대한민국의 금융을 좌우하는 모든 분들이 오늘 이 자리에 와 계십니다. 제가 기록을 살펴보니까 2015년 4월23일, 서울경제 금융전략 포럼에 섰습니다. 이 자리입니다. 4월13일에 위원장에 부임했으니까 아마 금융인 모두가 모인 첫 자리였을 겁니다. 당시에도 주제가 금융개혁이었습니다. 오늘은 금융인 앞에 서는 마지막이 아닐까 합니다. 강연보다는 제가 금융위원장으로서 주요 주제에 대한 소회를 말씀드리는 것으로 대신하려고 합니다.

제가 금융위원장을 부임하게 된 배경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한 것도 금융개혁을 이루고자 하는 그런 목표 때문이었습니다. 왜 우리 금융은 부가가치가 5%대인가. 왜 세계경제포럼(WEF) 경쟁력이 37위인가. 심지어 왜 우간다보다 못하나. 이것은 평생 금융인으로 산 저로서는 자존심 상하고 가슴 아픈 일이었습니다. 저는 민간에 갈 기회가 있었습니다. 민간의 금융은 행정의 금융과는 달랐습니다. 민간의 경험이 제게는 금융개혁에 대한 방향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침에 출근하면 봐야 하는 메일이 200개 도착해 있습니다. 메일에는 금융위나 금감원이 이거 해라, 저거도 해라, 수도 없는 문서를 내립니다. 200개 중 몇 개나 제대로 읽어볼 수 있겠습니까.

금융당국이 바뀌어야 합니다. 금융당국이 너무 많은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이미 금융회사는 저만큼 앞서 있는데, 선진국에 비해 뒤질 것 없다고 보는데 당국은 시장을, 회사들의 행태를 걱정합니다. 금융권도 달라져야 합니다. 왜 규제가 지속될까요. 금융인과 금융회사는 규제개혁의 수요자면서 반대자입니다. 규제가 이어지는 것도 금융회사들이 원하기 때문입니다. 업권의 어긋나는 이해관계 때문에 규제개혁이 어렵습니다. 누리는 기득권을 회사에서 지키기 위해 규제를 유지하려 합니다. 공무원, 금융당국의 권한을 위해 규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당국은 규제가 없어도 충분히 권한행사를 할 수 있습니다. 금융업계가 바뀌지 않으면 규제는 또 생깁니다.


우리는 왜 금융에 성공신화가 나오지 않을까요. 당국은 불필요한 규제, 금융회사는 그저 현실에 안주해 무사안일 보신주의, 국민들은 무조건 공짜여야 한다는 인식, 그것이 우리나라의 금융경쟁력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습니다. 이제 금융회사가 혁신하기 시작했습니다. 금융당국은 규제가 아니라 심판이라는 걸 자각했습니다. 소비자도 새로운 서비스를 통해 금융이 이런 것이구나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게 계속되면 10위권 이상이라도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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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주의 문화가 도입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경종을 일으키고 혁신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문화가 돼야 합니다. 성과주의 문화라는 것은 모든 사람을 낮게 대우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못하는 사람을 해고하자는 취지도 아닙니다. 잘하는 사람을 대우해주자는 것입니다. 우수한 인력이 있는 금융권에 왜 도입이 안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민간 부문도 도입해서 해야 하는데, 아직 요원합니다. 이렇게 해서는 금융산업의 부가가치가 5%를 넘을 수 없습니다.

금융개혁 입법이 많이 됐습니다. 인터넷전문은행 풀어라 하는 주장이 있는데, 개개인의 생각과 당의 입장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연됐습니다. 감사원에서 200개 규제를 푼다고 했는데 100개밖에 못했다고 지적 받았습니다. 100개의 대부분이 법을 고치는 것입니다. 한국의 경제정책이나 미국이 똑같았습니다. 일자리 창출, 양극화 해소 어젠다부터 같았습니다. 그런데 선진국과 그렇지 않는 국가를 가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누가 그 해법을 먼저 이행하는 시스템을 갖추느냐, 거기에서 선진국과 비선진국이 갈렸습니다. 크라우드펀딩을 200억원 모았고, 스타트업에 5,000만원씩을 지원합니다. 그들에게 5,000만원은 엄청납니다. 이 법을 만드는 데 3년이 걸렸습니다. 인터넷전문은행법이 통과 안 되면 모험은 어렵습니다. 내년부터 영업이 힘들어질 겁니다. 고쳐줘야 합니다. 결국 해법을 누가 빨리 시장에 작동 되게 하고 입법과 행정을 통해 실현시키느냐에 따라 국가 경쟁력이 생깁니다.

어둠의 시간에 비로소 눈은 보기 시작합니다. 우리 경제는 지금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희망을 안고 공직을 마무리 짓게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는 제가 이런 많은 금융인 앞에 서서 이렇게 할 기회가 없을 겁니다. 금융개혁이란 금융산업을 국가 경제의 동료로 살아가게 하자는 것입니다. 그 마무리, 보완을 여러분에게 온전히 남겨드립니다.

이철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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