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바이오

흔들리는 '글로벌 제약 공룡' 노바티스

한국노바티스 불법 리베이트에

복지부 이르면 이달중 행정처분

급여정지 땐 판로 막혀 큰 타격

한국시장서 실적도 연일 내리막





한국 진출 20년을 맞은 세계 최대 제약사 노바티스가 잇따른 악재로 이중고에 내몰리고 있다. 지난해 드러난 26억원 규모의 불법 리베이트로 정부의 추가 제재를 앞두고 있고 실적도 연일 악화 일로를 걷고 있어 안팎으로 위기감이 높다.


2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이르면 이달 한국노바티스의 리베이트 연루 의약품에 대해 행정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정부가 지난 2014년 7월 불법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도입한 ‘리베이트 투아웃제’의 첫 사례로 업계가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제도는 불법리베이트를 통해 얻은 부당수익이 1억원 이상이면 해당 의약품의 건강보험 급여를 1년 동안 정지하고 2회를 위반하면 급여 적용에서 제외한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불법리베이트 혐의로 노바티스의 42개 제품 중 33개는 3개월 판매업무 정지처분에 갈음해 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9개 제품에는 3개월 판매업무 정지 처분을 내린 바 있다.

복지부가 제재하는 급여 정지는 일선 병원을 통한 처방과 조제에 바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제약사는 매출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사실상 판로가 가로막히는 탓에 제약사로서는 가장 피하고 싶은 처분이다.


노바티스는 지난 2006년부터 2009년 사이에도 병원 의사들에게 식사와 강연, 자문 등의 명목으로 71억원 상당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3억5,000만원의 과징금을 처분받았다. 이 때문에 복지부는 리베이트 투아웃제의 정착과 불법 리베이트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도 원칙적으로는 노바티스의 급여 정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환자들 때문에 급여 정지 대신 과징금 처분 카드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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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티스는 세계 최초 백혈병 표적항암제 글리벡을 국내에 출시한 2001년부터 최근까지도 고가 정책을 고수해 논란을 빚었다. 복지부가 제시한 약가가 너무 낮다며 수시로 소송을 제기하는가 하면 한때 일선 병원에 글리벡 공급을 전격 중단해 환자단체와 시민단체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환자들의 잇따른 요청에도 노바티스는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해외에서 판매하는 글리벡 대용량(400㎎) 제품을 여전히 국내에 판매하지 않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의 실적도 연일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한국노바티스는 지난해 매출 4,484억원과 영업이익 14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매출은 1.5% 줄었고 영업이익은 29.8% 급감했다. 글로벌 제약사 중 국내 2위라는 위상은 간신히 지켰지만 주요 글로벌 제약사가 매출 신장을 달성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초라한 성적표라는 분석이다.

글로벌 제약사 중 국내 1위인 한국화이자와의 매출액 차이도 갈수록 벌어지는 상황이다. 한국노바티스가 선두자리를 빼앗긴 2013년만 해도 양사의 매출액 차이는 1,161억원이었지만 지난해 2,331억원으로 2배 이상 벌어졌다. 반면 3위인 한국로슈는 지난해 전년보다 14.2% 성장한 3,675억원 매출로 한국노바티스를 바짝 뒤쫓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독보적인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시장에서 승승장구했던 노바티스가 한국 진출 후 처음으로 신뢰도 추락과 실적 악화라는 악재에 몰렸지만 현재로서는 뾰족한 해법이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노바티스에 대한 급여 정지 처분은 불법을 저지른 제약사에 비해 환자들에게 가는 피해가 더 크기 때문에 정부로서도 고민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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