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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박성훈 PD “박수받으며 떠난 ‘K팝스타’…의미 있지 않나요?”

“아직도 꿈에서는 다음에 올릴 무대를 준비하고 있어요. 그러다 잠에서 깨어나면 그제야 깨닫는 거죠. 아 정말로 이제 다 끝났구나…”




‘K팝스타’를 처음 선보였을 때까지만 해도 시즌6까지 올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박성훈 PD의 말을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SBS ‘K팝스타’가 시작됐던 2011년 12월은 오디션프로그램의 시대를 열었던 ‘슈퍼스타K’가 시즌3로 인기의 절정을 달렸던 시기였던 것이다. ‘슈퍼스타K’의 열풍으로 인해 수많은 오디션프로그램들이 탄생했던 가운데, 후발주자로 나선 ‘K팝스타’는 상대적으로 신선함이나 제약이 많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 사진=조은정 기자/ 사진=조은정 기자


실제로 ‘K팝스타’를 연출했던 박성훈 PD의 1차적인 목표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저 자리를 잡는 것뿐이었다. 잘 되면 시즌2는 당연한 수준으로 따라오는 것이기에, 당장 눈앞에 있는 목표만 바라보고 달렸던 박성훈 PD는 그렇게 6년이라는 시간을 보냈고, 시즌6으로서 화려한 막을 내릴 수 있었다.

뜨거웠던 오디션 프로그램의 전성기가 지나고 저마다 아쉬운 시청률을 남기며 문을 닫은 가운데, ‘K팝스타’만큼은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인 것이다. ‘더 라스트 찬스’라는 부제를 남긴 ‘K팝스타6’는 무려 17.1%(3월26일 방송, 닐슨코리아 전국기준)라는 최고 시청률을 남길 정도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뜨거운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음에도 ‘K팝스타’는 떠나야 할 때를 아는 것처럼 계속 시즌을 이어가는 것이 아닌 ‘박수칠 때 떠나는 것’을 선택했다.

“매 시즌을 시작 할 때마다 했던 것 중 하나가 ‘이번 시즌에는 뭘 새롭게 하지’였어요. 그러다 시즌6을 준비하면서, 물론 프로그램이 계속 사랑을 받아 더 오랜 시간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가장 뜨거울 때 아쉬움을 남기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덕분에 ‘더 라스트 찬스’라는 부제를 붙이면서 전에 할 수 없었던 접근도 할 수 있게 됐었죠. (웃음)”

“많은 분들이 (마지막 시즌이라는 것에) 아쉬움을 표해서 놀랐다”고 말한 박성훈 PD는 “새로운 시즌의 가능성이 정말로 0%이냐”는 질문에 “만약 세 사람이 의기투합하면 언젠가는 다시 모일 날이 있을 수는 있지만 구체적으로 없다.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놓을 수는 없지만 아직까지는 0에 가깝다”고 답했다.

6년이라는 세월동안 ‘K팝스타’는 박지민, 이하이, 백아연, 악동뮤지션 등 음원을 발표하자마자 음원차트를 점령하는 수많은 가수들을 탄생시켜왔다. “저 ‘K팝스타’ 출신 가수들 노래, 정말 열심히 들어요”라며 해맑게 웃으며 다른 누구보다도 더 뜨겁게 그들을 응원하는 팬임을 알린 박성훈 PD는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지는 못해도, 출신 가수들의 기사라든지 소식이 뜨면 개인 SNS도 올리면서 작은 힘을 보태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K팝스타6’ 캡처사진=‘K팝스타6’ 캡처


그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가수가 있느냐 슬쩍 물어봤더니 “어디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있나요”라고 말한다. 다만 자신의 아들이 팬인 가수가 있다고 살짝 말해주었다. 바로 악동뮤지션이었다.

“중학생 아들이 악동뮤지션의 완전 팬이에요. 어느 날은 비밀로 하고 악동뮤지션의 콘서트 표를 구해서 갔다왔더라고요. 왜 이야기를 안했냐고 물어봤더니 자기 힘으로 용돈을 모아서 가고 싶었다 하더라고요. 이 이야기를 악동뮤지션에게 전해줬더니 좋아하더라고요.(웃음)”

박성훈 PD는 ‘K팝스타’ 출연자에 대한 많은 애정을 드러냈다. 아무래도 지원서를 들고 왔던 시절부터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봐왔기에 더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K팝스타’ 마지막 방송 때, 출신 가수 중 아주 일부만 모셨는데도 굉장히 많은 가수들이 왔더라고요. 맨 처음 지원서부터 들고 올 때부터 무대에 오르기까지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봐 왔기에, 예능피디의 시각이 아닌…뭐랄까 이게 적절한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부모와 같은 마음으로 보게 되더라고요. 이 프로그램이 저에게 많은 의미를 전해주었지만, 그 중에서도 누군가의 인생을 바꿔줄 수 있었구나 싶어서 더욱 크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K팝스타’에서 자랑할 만한 것이 또 하나 있다. 일반인 참가자가 출연하는 프로그램들이 흔히 앓게 되는 ‘참가자들의 인성 논란 문제’가 적었다는 것이다. 이는 참가자 분별 능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비결이 무엇이었느냐 물어보았더니 그저 웃으며 “그저 ‘K팝스타’에 좋은 분들이 많이 오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사진=조은정 기자/ 사진=조은정 기자


“저희 프로그램 같은 경우는 전 세계 일반인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벤트라고 생각을 했어요. 사실 경연프로그램의 특성상 ‘경쟁’이라는 그 자체에 주목하게 되는데, 그러다보면 그 주목들이 자연스럽게 캐릭터로 이어지고 그렇게 악역이 생기기 마련이죠. 이건 단순히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해요. 저희는 그 경연에서 벗어나 다른 길이 가고 싶었어요. 경쟁 측면 보다는 뭘 잘하는지 가능성이 뭔지를 보여주고 싶었고, 그랬기에 10개의 능력 중 9개 단점이 있어도 하나의 장점에 주목하는 것만으로도 무척이나 바빴어요.”


그럼에도 혹시나 좋은 참가자들을 분별하는 법이 있으면 조언을 해 달라 했더니 “저희 같은 경우에는 음악 그 자체, 가능성 그 자체에 주목했다. 그러다보니 비본질적인 부분은 자연스럽게 걸러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검증은 따로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검증이라는 부분이 사실은 딜레마”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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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희가 뒷조사를 할 수는 없어요. 방송사가 개인을 완벽하게 조사하는 것도 사실은 비정상적인 것이죠. 최대한 출연자들을 믿을 수밖에 없는데, 그저 그들에게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말을 하고 체크를 할 뿐이죠.”

‘K팝스타’를 ‘전 세계 일반인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벤트’라고 설명했던 박성훈 PD에게 일반인 대상으로 방송을 진행하면서 힘들었던 점에 대해 물어보았다. 관리의 어려움이라든지 방송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을 이끌고 촬영하는 것이 힘들다는 답보다 “인생을 걸고 도전한 이들이 많은 만큼 조심스러운 점도 많았다”는 말이 먼저 나왔다.

“정말로 많은 분들이 지원을 하세요. 그 중에서 인생을 걸고 도전하는 이들도 많죠. 그렇다보니 방송을 만드는데 들이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출연자 케어하는데 시간을 들이게 되더라고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대형 이벤트다보니 외국에서 합격하고 한국으로 오는 출연자에서부터 아버지 어머니의 손을 잡고 오는 아주 어린 출연자들까지. 방송 전문가들, 동업자와 하는 게 아니라 순수하게 꿈 하나 보고 찾아오는 이들이 많으니 굉장히 조심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시즌6을 마지막으로 프로그램의 끝을 알린 ‘K팝스타’는 참가대상을 일반인 뿐 아니라, 연습생 그리고 이전에 활동을 했던 가수들까지 그 대상을 넓혔다. ‘더 라스트 찬스’라는 부제에 걸맞게 모든 이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고자 했다는 것이 박성훈 PD의 설명이었다.

“연습생이나 이미 데뷔했었던 가수들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하나의 악센트가 되는 정도로 생각을 했다. 이렇게 이야기의 중심에 있을 줄 은 몰랐다”고 말한 박성훈 PD에게 “연습생 혹은 이미 한 번 데뷔했던 출연자들이 더 유리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돌아온 대답은 “전혀”였다.

사진=‘K팝스타6’ 캡처사진=‘K팝스타6’ 캡처


“전 오히려 거꾸로 생각을 했어요. 왜냐면 심사위원 세분(양현석, 박진영, 유희열) 모두 연습량과 가창력 보다는, 참가자들이 무엇을 가지고 있느냐, 새로운 것에 주목하는 분들이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연습을 많이 한 친구들 심지어 데뷔를 해서 관성이 묻어있는 사람들이 더 불리할 것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렇기에 야심차게 새로운 제도를 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죠. 오랫동안 생존했던 연습생이나 가수들의 경우 심사위원의 까다로운 기준을 뚫고 살아남은 거예요. 쉽게 말해 그냥 살아남은 사람들이 살아남은 것이라는 것이죠.”

“사실 방송에 나갈 수 없을 정도로 상당히 많은 연습생과 기성가수들이 혹평을 받고 탈락을 했다”고 귀뜸한 박성훈 PD는 “그렇기에 밸런스 면에서 연습생, 기존 가수들이 일반 참가자들에 비해 유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연습생들이 탈락하는 모습은 일부로 안 내보낸 것도 있어요. 데뷔를 꿈꾸며 미래를 준비하는 분들인데 1라운드에 탈락하는 모습이 그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판단한 것이죠. 일부로 편집을 해서 그렇지 경연이 연습생들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았어요.”

우여곡절 끝에 ‘K팝스타6’의 우승자는 초등학생 듀오인 보이프렌드에게 돌아갔다. 혹시 이들의 우승을 예상해 본 적이 있느냐고 물어보았더니 “기획할 때까지만 해도 초등학생들인 보이프렌드가 우승할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TOP6 무대를 보면서 ‘어쩌면 우승할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처음 들었어요. 성장세가 무척이나 빨랐고, 어느 순간 어린이로 보이지 않더라고요. 겁이 없어서인지 무대 위에서 즐기는 보이프렌드를 보면서 ‘일 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고, 결국 현실이 됐네요. (웃음)”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금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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