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금융권에 부는 ‘왓슨’ 바람] 한국형 'AI 의사' 개발도 탄력

국내 대형병원 IT기업과 제휴

자체 AI시스템 개발 잇달아

진단 일치율 80%선에 그쳐

"아직은 마케팅 수준" 지적도







한국의 의료 현장은 치열한 인공지능(AI) 개발·도입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격전지다. 신호탄은 IBM의 인공지능 종양학 의사 ‘왓슨 포 온콜로지(이하 왓슨)’가 쐈다.


IBM이 세계 최고 수준의 암 진료기관인 미국 메모리얼슬론케터링(MSK) 암센터, 미 텍사스대 MD앤더슨 암센터 등과 협업해 개발한 ‘왓슨’은 방대한 분량의 의료 빅데이터를 분석해 의사들에게 다양한 치료 옵션을 제공하는 첨단 정밀의료 솔루션이다. 왓슨은 지난 2015년 첫선을 보인 이래 미국·중국·인도 등 세계 각국의 병원에 자리 잡았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12월 인천 가천대 길병원이 왓슨을 이용한 첫 환자 진료를 시작하며 주목받았다. 이후 4개월 만인 현재 부산대병원, 대전 건양대병원, 대구 가톨릭대병원과 계명대 동산병원 등 지역 대학병원들이 왓슨을 이용한 의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중앙보훈병원이 올 상반기 중 왓슨 도입을 예고한 바 있어 국내에서 왓슨을 만나볼 수 있는 병원은 총 여섯 곳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왓슨 도입 병원이 여섯 곳 이상 되는 국가는 중국을 제외하면 한국이 유일하다.

왓슨이 불을 댕긴 AI 의사 신드롬은 국내 대형병원들의 자체 AI 시스템 개발 열풍으로 이어졌다. 서울대병원·연세의료원·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 등 이른바 빅5로 꼽히는 대형병원들은 최근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과 손잡고 환자 의료 정보를 분석해 진단·치료를 도와주는 ‘한국형 왓슨’ 개발에 나선다고 잇따라 발표했다.


연세의료원은 지난달 말 한국마이크로소프트·셀바스AI 등 10개 정보기술(IT) 기업들과 손잡고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아토피 질환 예측 시스템, 센서 기반 척추 질환 진단 시스템, 환자 수면 평가 및 예측 시스템, 성인병 및 당뇨병 발생 예측 서비스 등 다채로운 질환의 진단·예측 시스템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분당차병원 역시 이달 한컴그룹과 협약을 맺고 인공지능·로봇·가상현실 기술 등을 활용해 노인·경증 장애인용 운동·인지 훈련, 상지마비 환자들의 재활훈련, 실어증 환자를 위한 AI 언어치료 시스템 등을 개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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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여겨지는 AI 의사가 한국에서 유독 사랑받는 이유는 신의료기술과 첨단 과학에 관심이 높은 한국 의료계의 특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왓슨을 도입한 가천대 길병원 관계자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도입함으로써 첨단 병원이라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고 환자는 물론 의료진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길병원 측은 이어 “실제로 왓슨 도입 후 환자들의 관심이 확실히 늘었고 만족도 역시 10점 만점에 9.3점 수준으로 높다”며 “인공지능 시스템을 이용해 좀 더 나은 진료를 행하고자 하는 의료진의 모임도 생겼다”고 덧붙였다.

국민건강보험 시스템에서 비롯한 풍부한 데이터, 이미 대형 병원 내 구축된 의료정보 관련 인프라,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해 헬스케어 사업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는 IT 기업들이 다수 존재한다는 점도 인공지능 진단·예측 시스템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요소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 AI 의료 솔루션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국가 중 하나”라며 “한국형 왓슨을 개발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물론 AI 의사 도입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우선 왓슨의 경우 의료진과의 진단 일치율이 80% 수준으로 높지 않다는 점에서 실제 진료에 활용되기보다는 ‘화려한 마케팅’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재 병원에서 왓슨은 암 환자에 가장 적합한 항암제를 추천하는 용도 등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데 국내가 아닌 미국 의료환경을 기반으로 시스템이 구성돼 있어 한국의 환자들이 접근할 수 없는 신약 등이 추천되는 등 아직 손볼 곳이 많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왓슨은 의료기기로 분류되지 않아 진료에 대한 의료비를 청구할 수 없는 상황인데 연간 수억원에 이르는 왓슨 사용료가 애꿎은 다른 환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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