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과 같은 큰 정치 이벤트의 경우 선거가 임박할수록 각 캠프의 전략은 단순해지기 마련이다. 1위 후보든 꼴찌 후보든 ‘나의 장점은 살리고 상대방의 취약점은 최대한 부각한다’는 기본 원칙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특히 삶의 궤적과 여러 공약을 통해 각 후보의 강점이 이미 충분히 알려진 선거 막판에는 자신의 약점은 감추고 상대의 네거티브 공세를 차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세 가지 ‘아킬레스건’을 정리해봤다.
●문재인의 아킬레스건
< 불안한 안보관> 송민순 문건 논란 일파만파..지도자 정직성 도마에
<박빙 양자대결> 보수층서 단일화 가능성 제기 ..연대 규모 따라 판세 예측불허
<네거티브 문건> 安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캠프 조직적 개입하면 마이너스 요인
◇文, 불안한 안보관은 최대 약점=우선 문 후보는 ‘불안한 안보관’ 때문에 상대 캠프는 물론 보수 유권자들로부터도 집중포화를 얻어맞고 있다. 문 후보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와 관련해 은근슬쩍 입장을 ‘조건부 찬성’으로 바꾼 데 이어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과정(2007년)을 둘러싼 진실공방에 대해서도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면서 궁지에 몰린 형국이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를 비롯한 보수 진영에서는 인권결의안 공방을 단순한 안보 이슈가 아닌 리더의 정직성과 신뢰에 관한 문제로 규정하고 ‘문재인 흔들기’를 시도하고 있다. 문 후보 측은 이날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을 명예훼손,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다자 대결에서는 점차 격차를 벌려가고 있지만 양자 구도에서는 여전히 안 후보와 초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는 점도 문 후보로서는 불안 요인이다.
실제로 조선일보·칸타퍼블릭이 지난 21~22일 실시한 여론조사(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문·안 후보는 다자 대결에서는 11.1%포인트의 지지율 격차가 났지만 양자 대결의 경우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율이 각각 41.4%, 41.0%였다.
아직까지 반문(反文) 진영의 단일화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은 가운데 연대의 폭과 규모에 따라 언제든지 판세가 요동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민주당 선대위가 지역위원장들에게 “안 후보, 알고 보니 ‘갑철수’”라는 식의 예문이 담긴 네거티브 문건을 배포했다는 의혹도 문재인 캠프가 하루빨리 털고 가야 할 부분이다. 문건 작성에 문 후보와 당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 리더십 손상이 불가피하다.
● 안철수의 아킬레스건
<호남·TK 표심> 한국당 중심 보수층 결집..안보 이슈에 취약
<단일화 땐 역풍> 지지율 상승 위해선 단일화 필요..보수세력과 연대 땐 역풍 우려
<흔들리는 5060> 청년층은 文에 우호적..중장년층 투표 의지 약해져
◇安, 호남·TK 동시 하락=양강 구도가 흔들리면서 안철수 캠프의 마음은 더욱 조급해지고 있다. 지지율은 하락세인데 후보의 취약점은 갈수록 부각되고 있어 ‘반전 카드’를 서둘러 모색해야 할 시점이 왔다는 분석이다. 먼저 안 후보는 ‘호남·대구경북(TK) 동시 구애’를 통해 양강 주자의 반열에 올라섰는데 현재 영·호남 모두에서 지지율이 빠지는 모습이다. 사드 배치 등과 관련한 ‘말 바꾸기’로 호남 지지층의 신뢰를 잃은데다 전통 보수층은 다시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뭉칠 기미를 보이고 있어서다.
집토끼가 자꾸 빠져나가고 있는 현상은 ‘후보 단일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안 후보의 생각과는 별개로 유권자들이 보수 세력과의 연대를 안철수 캠프의 카드 중 하나라고 인식하면서 호남 표심이 문 후보 쪽으로 대거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투표율 역시 안 후보의 발목을 잡는 변수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2040세대의 표심이 문 후보에게 쏠려 있음을 감안하면 안 후보는 중장년층의 마음을 확실히 사로잡아야 하는데 현재 50~60대 중장년층에는 아직도 안 후보와 여타 보수 진영의 후보를 저울질하고 있는 유권자들이 적지 않다. ‘충성 지지층’의 기반이 취약한 만큼 경우에 따라서는 투표를 포기하는 중장년 유권자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