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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톡]박성웅-이준-장서희, 배우를 연기하는 배우들에 열광하는 이유

배우를 연기하는 배우들이 안방극장을 휘어잡고 있다. JTBC 금토드라마 ‘맨투맨’의 박성웅, KBS2 주말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의 이준, SBS 주말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의 장서희가 그 주인공이다. 세 사람 모두 본인이 겪는 일상생활에서 보고 배운 것이 많아서일까, 그 어떤 역할보다 ‘찰떡같이’ 소화하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안기고 있다.

실제로 23일 기준 한 포털사이트 국내드라마 검색어에서 ‘맨투맨’, ‘아버지가 이상해’, ‘언니는 살아있다’는 나란히 2위에서 4위까지를 차지하고 있다. 시청률도 좋은 편이다. ‘맨투맨’은 종편임에도 4%대, ‘아버지가 이상해’는 23%대, ‘언니는 살아있다’가 8%대다. 시청자들이 이처럼 드라마에 열광하게 만든 데는 배우와 캐릭터의 의외성과 친근함이 큰 몫을 했다.




/사진=JTBC, KBS, SBS/사진=JTBC, KBS, SBS


#1. ‘언니는 살아있다’ 민들레(장서희 분)



‘언니는 살아있다’는 한날한시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세 여자의 자립갱생기다. 고난을 딛고 일어나는 여성들의 우정과 성공을 그려냈다. 아직 드라마 초반인 만큼, 우리의 민들레는 가장 큰 고난에 직면해있다. 우선 민들레는 한물간 꼴통 여배우다. 아역 출신으로, 한 때는 톱스타로 이름을 날렸지만 현재는 자신만 모르는 퇴물신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신을 쫓아다니는 스토커의 칼에 엄마가 대신 맞았다. 매니저이자 가장 열렬한 팬인 엄마를 떠나보내게 됐다.

장서희는 구름과도 같은 인기에 휘둘리는 배우의 모습을 너무 안쓰럽지도, 너무 미화되지도 않게 그려내고 있다. 엄마의 치마폭에 쌓여 있느라 세상물정 모르는 밉상 짓을 하면서도, 한 번씩 짠함과 동정을 이끌어내는 민들레의 모습을 훌륭히 소화 중이다. 게다가 민들레는 아역 출신 배우다. 장서희 또한 아역 출신 배우인 만큼 캐릭터와 배우 사이에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끈이 있다. 장서희는 이를 바탕으로 험난한 연예계에서 몇 십 년을 버텨온 민들레의 마음을 누구보다 이해하며 표현해내는 중이다.

#2. ‘아버지가 이상해’ 안중희(이준 분)




‘아버지가 이상해’는 평생을 가족밖에 모르고 살아온 아버지 변한수(김영철 분)과 4남매의 집에 안하무인 배우가 얹혀살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가족드라마다. 이준은 여기서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안하무인 배우 안중희 역을 맡았다. 그냥 배우도 아니고 아이돌 출신 배우로, 차마 잘 한다고 말할 수 없는 발연기를 하는 게 특징이다. 그러던 차에 바라고 바라던 미니시리즈 주연이 들어왔는데, 부자의 감정연기가 어색해서 연기에 도움을 받고자 아버지를 찾게 된다. 지난 방송에서 안중희는 드디어 변한수의 집에 입성했다. 험난한 생활이 예고되지만 아버지와의 물꼬는 튼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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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은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준 본인이 엠블랙이라는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한 배우이기 때문. 다만 다른 것은, 안중희가 구제 못할 발연기로 그려지는 대신 이준은 자타공인 누구나 인정하는 연기돌이라는 것. 사실 지금은 그가 아이돌 출신이라는 것을 간혹 잊을 정도로 진짜 배우에 가깝다. 그런 이준이기에 역으로 안중희 연기가 가능하다. 작품 속에서 발연기를 할 때와 발연기를 하지 않을 때는 명확히 구분돼야 한다. 실제 감정 연기마저 발연기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준은 아버지에 대한 애처로움과 발연기를 통한 유쾌함, 두 마리 토끼를 놓치지 않으며 호평 받고 있다.

#3. ‘맨투맨’ 여운광(박성웅 분)



지난 주말 첫 방송 한 ‘맨투맨’은 톱스타의 경호원이 되는 다재다능하고 미스터리한 남자에게 벌어지는 일을 그린 드라마다. 박성웅은 여기서 톱스타 여운광 역을 맡았다. ‘배드가이 한류스타’라는 신 한류를 개척한 여운광은 스턴트맨을 시작으로 중국 대륙은 물론 할리우드까지 사로잡은 액션 배우다. 다만 잘나도 너무 잘나서 매니저를 종 부리듯 한다는 게 흠. 열대 밀림 촬영을 가도 유통기한 3일짜리 수제 바디클렌저를 써야하고 남극 이글루에서도 캐나다산 명품 구스 토퍼를 7단까지 깔아줘야 한단다.

박성웅은 여운광을 통해 180도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이전까지 ‘신세계’, ‘황제를 위하여’, ‘살인의뢰’ 등 주로 무거운 작품을 통해 굵직한 무게감을 보여줬기에 차도하(김민정 분)와 깨방정떠는 모습은 신선한 재미로 다가온다. 박해진과 브로맨스를 시도한 것도 색다른 도전이다. 누가 봐도 엄근진(엄격+근엄+진지)의 표본인 박성웅이 마치 박해진에게 반했다는 듯한 표정을 지을 때는 예상치 못한 웃음을 안겨주기도. ‘별에서 온 그대’에서 전지현이 천송이의 푼수 같은 모습을 연기할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그렇다면 배우가 배우를 연기하는 것에 대중들은 왜 호응을 보내는가. 우선 연예인들의 생활을 밀착해서 보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거리다. 실제 촬영장과 완벽하게 같지는 않겠지만, 평소 접하지 못했던 드라마나 영화 제작 환경 속 연예인들의 모습은 어떤지 엿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해당 역할을 연기하는 배우의 실제 모습이 작품 속 저 모습과 얼마나 같고 다를지 리얼리티의 정도를 상상해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이 점에서 실제 배우의 이미지와 작품 속 역할의 이미지의 의외성이 커질수록 흥미는 높아진다.

동시에 시청자들은 연예인도 일반인과 다르지 않구나를 느낀다. 장서희가 소중한 사람의 부재에 힘들어하는 것도, 이준이 아버지의 도시락 하나에 기뻐하고 서운해 하는 것도, 박성웅이 촬영에 들어가기 직전 힘든 다이어트를 시작하는 것도 누구나 경험해 본 상황이고, 공감할 수 있는 정서다. 극중 세 사람이 연기하는 인물이 연예인인 만큼, 시청자들은 실제로도 연예인인 그들이 작품을 벗어나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리라 자연스레 이입하게 된다.

덕분에 장서희는 ‘아내의 유혹’의 표독스러운 요부에서, 이준은 ‘갑동이’의 싸이코패스에서, 박성웅은 ‘신세계’의 조직 2인자 이미지에서 성공적으로 벗어나고 있다. 작품 속 경력과 그 외 연예계 경험을 바탕으로 누구보다 배우 역할을 배우답게 해내는 이들이 앞으로 어떤 의외성과 친근함을 선사할지 더욱 기대가 된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양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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