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누구를 위해 변호사를 늘리나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프랑스인·영국인·미국인·변호사가 기차에 앉았다. 프랑스인이 바게트를 권한 뒤 남은 것을 창밖에 던지며 말했다. “저런 건 프랑스에 잔뜩 있으니 걱정 마세요.”

이번에는 영국인이 홍차를 권하며 남은 것을 창밖에 던지고 말했다. “저런 건 영국에 잔뜩 있으니 걱정 마세요.” 그러자 미국인이 옆에 있던 변호사를 창밖으로 집어던지며 말했다. “저런 건 미국에 잔뜩 있으니 걱정 마세요.”


프랑스 바게트나 영국 홍차처럼 흔한 것이 미국의 변호사라는 농담이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지난 1997년 3,799명이던 변호사 수가 이제는 3만명을 앞두고 있다. 이 추세면 우리나라에서도 곧 이 같은 농담이 나올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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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는 많을수록 좋은 것일까. 문민정부 시절 사법시험 연간 300명으로는 법률 서비스의 질 보장이 안 되니 변호사 수를 대폭 늘리자 해 도입된 것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다. 이후 변호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지만 기대했던 양질의 법률 서비스가 국민에게 제공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변호사들의 과다한 저가수임 경쟁으로 법률 서비스의 질이 하락했다는 분석이 많다.

변호사 무제한 공급을 환영할 수 없는 것은 공익 수행자라는 변호사의 특수성 때문이다. 법률 전문성을 통한 약자의 권리 보호와 사회정의 실현은 최초의 변호사가 배출된 1906년 이후 오랫동안 변호사의 사명이었다. 그러나 급격한 수 증가로 생존 위기마저 느끼는 변호사에게 이 같은 사명은 사치다. 오히려 변호사들이 의뢰인에게 불필요한 분쟁을 조장하거나 부당한 일에 관여하며 위기를 타개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배고픈 변호사가 굶주린 사자보다 무섭다는 것은 이런 경우다. 실제로 변호사 징계 건수는 최근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변호사 천국이라 불리는 미국에서 고가의 수임료를 받고 마약 범죄 등에 일조한 변호사들이 문제가 되는 상황을 진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 나라의 적정한 변호사 수는 그 나라의 소득 수준과 법치 수준 등 다양한 요소를 복합적으로 고려해 정해야 한다. 변호사 30년째인 필자의 경험에 비춰볼 때 한국 법률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변호사 배출 수는 연간 1,000명 정도다. 우리보다 국내총생산(GDP) 3배, 인구수 2배 이상인 일본도 최근 변호사 배출 수를 연간 1,000명으로 동결했다. 하물며 우리나라에서 1,500명은 너무 많다. 올해 발표된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도 1,593명으로 1,500명을 훌쩍 넘어섰다. 법무부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의 이 같은 합격자 수 결정에는 이번에도 로스쿨 교수들의 입김이 컸다. 이미 과부하인 법률시장에서 또다시 힘겹게 신음할 1,593명의 제자를 보며 로스쿨 교수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묻고 싶다. 자리를 지키는 것이 문제라면 차라리 법대를 부활시켜 교수들의 퇴로를 여는 방안을 고려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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