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칠의 1939년 에세이에 대한 새로운 조사를 통해 드러난, 외계 생명체에 대한 처칠의 생각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된 해인 1939년, 윈스턴 처칠은 외계인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물론 처칠의 주된 관심은 커지는 나치의 위협에 집중돼 있었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그는 시간을 내어 인류의 가장 큰 수수께끼에 대한 에세이를 썼다. 에세이의 제목도 <우주에는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나?>로 매우 적확했다. 이 에세이의 분량은 11페이지로, 그 요약문이 지난 2월 15일 <네이처> 지에 게재되었다. 이 글을 보면 처칠이 오늘날의 우주 생물학 연구와도 연관된 우주에 대한 발전적인 사고를 키워나갔음을 알 수 있다. 처칠은 대담하고 결연한 성격으로 인해 <영국의 불독>이라고 불렸다. 그런 그는 외계인, 특히 지구인보다 더욱 높은 지능을 지닌 외계인의 존재 가능성에 대한 의문 역시 거리낌 없이 사람들 앞에 내놓았다.
“나는 인류가 지구에서 일으킨 문명의 성과에 대해 그리 큰 감동을 받지 않았다. 때문에 나는 우리 인류가 이 방대한 우주 공간 중 생각할 수 있는 생명체가 거주하는 유일한 장소에 있다거나, 인간이 거대한 시공간 속에 나타난 생명체 중 최고 수준의 정신적 및 육체적 진화를 이룬 생물이라고 전제해 보려 한다.”
이 에세이가 미국 미주리 주 풀턴에 위치한 <국립 처칠 박물관>에 입수된 것은 지난 1980년대였다. 그러나 이 에세이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진 것은 최근에 들어서였다. 박물관장은 우주 물리학자인 마리오 리비오에게 이 에세이를 보여주었고 리비오는 <네이처> 지에 이 에세이에 대한 해설 기사를 실었다.
리비오의 말이다. “이 글을 보고 놀랐다. 물론 세부 내용 중 일부는 틀렸지만, 전반적인 논리와 추론은 요즘의 시각으로 봐도 손색이 없다.” 리비오는 그 사례로, 처칠이 거주 가능 구역을 정의한 점을 들었다. <골디락스 구역>으로도 잘 알려진 거주 가능 구역은 항성과 적절한 거리에 있어 온도가 너무 춥지도 덥지도 않고 적절하기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는 구역이다. 그리고 처칠도 지적했듯이 기존에 알려진 모든 생명체는 물이 필요하다.
오늘날 NASA는 물이 존재하는 천체에서 생명체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NASA는 2030년대에 목성의 얼음 위성인 <유로파>에 로봇 탐사선을 보낼 계획이다. 유로파의 두텁게 얼어붙은 지각 아래에는 지구 바닷물의 두 배가 넘는 양의 소금물로 이루어진 바다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 유로파의 지각에 보존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복잡하고 체계를 갖춘 분자, 즉 생명체의 징후를 찾는 것이 로봇 탐사선의 목적이다.
외계 생명체에 대한 다른 뛰어난 사상가들과 마찬가지로 처칠 역시 화성에 물은 물론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에 대해 생각했다. 조지아 테크 대학의 우주 생물 학자인 켄다 린치(이번 <네이처> 지 기사 작성에는 참여하지 않았다)는 “처칠이 화성에 대해 내린 결론은 오늘날의 시각으로 봐도 매우 타당하다.”고 말했다.
화성 로버는 화성 표면에서 마른 호수를 발견했다.
린치는 이 곳이야 말로 과거 화성에서 살았던 생명체의 흔적을 찾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한다. 린치는 지구에서도 극한 환경의 옛 호수 바닥을 연구하고 있다. 그녀는 현재 유타 주의 파일럿 계곡에 위치한, 현재는 사라진 빙하기 시대 호수 터를 연구하고 있다. 현재는 매우 건조하고 바람이 휩쓸고 지나가는 맨 땅이지만 과거 호수 바닥 시절에 쌓였던 퇴적층에서는 미생물이 살고 있다.
화성에도 비슷한 환경이 있었다. 한때 고온다습했던 화성이 오늘날과 같은 차가운 사막으로 변해가면서 말라가는 호수는 화성 생명체들의 최후의 피난처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곳에는 미생물들의 흔적이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린치의 설명이다.
그리고 NASA도 이러한 주장에 공감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NASA는 2020년에 자동차만한 로버를 착륙, 탐사할 3곳의 후보지를 제안했다. NASA는 이 모든 후보지의 표면에 과거에는 물이 존재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예제로 크레이터는 현재 마른 호수 바닥이다.
처칠은 화성을 넘어 멀리 떨어진 은하와 성운에 있을지도 모르는 생명체에도 관심을 가졌다. 성운은 폭발한 항성의 잔해이자 새로운 항성이 태어나는 곳이다. 처칠은 통계적으로 볼 때 우주에는 엄청나게 많은 행성들이 있을 것이며 그 중 생명이 살 수 있는 곳도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나의 성운에는 항성 수십억 개가 들어 있다. 그런 성운이 수십만 개나 있다면 생명이 살 수 있는 환경을 가진 행성이, 그것도 많이 존재할 확률은 매우 크다고 볼 수밖에 없다.”
최근까지 과학자들은 행성이 얼마나 흔한지 잘 몰랐다. 그러나 이제는 케플러 우주 망원경을 사용해 행성이 매우 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항성 하나마다 적어도 하나 이상씩은 다 있는 것이다. 아리조나 주립 대학에서 생명의 기원을 연구하는 새러 워커(이번 <네이처> 지 기사에는 참여하지 않았다)에 따르면 이를 토대로 계산할 경우 우리 은하에 존재하는 행성의 수만도 수천억 개에 달한다고 한다.
흥분되는 숫자가. 그러나 워커는 태양계 밖 행성에 생명이 존재한다는 증거는 아직 발견된 바 없음을 낙관적인 관측자들에게 바로 주지시켰다.
이 행성들에는 생명이 없을 수도 있다. 또는 외계 박테리아가 있을 수도, 반투명한 개구리가 있을 수도, 2족 보행을 하는 인간형 생물이 살고 있을 수도 있다.
워커는 “우리는 있는지 없는지조차 잘 알지 못하는 것을 찾고 있다. 생명체는 매우 흔할 수도 있고 흔치 않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우주를 탐사해야 한다.”고 말한다.
영국의 처칠도 이 말에 동의할 것이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 / by Mark D. Kauf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