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발언대] 따뜻했던 겨울, 병충해 위기도 커져

김상남 농촌진흥청 농촌지원국장



매미 하면 누구나 ‘맴~맴~맴’ 하고 우는 소리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런데 울지 않는 매미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중국 남부 지역에서 온 ‘꽃매미’는 발음기관이 없어 울지 못한다. 꽃매미는 기다란 주둥이로 나무의 즙액을 빨아먹고 산다. 문제는 이 꽃매미가 좋아하는 나무가 포도·배 같은 과수라는 데 있다.

꽃매미는 알로 겨울을 지내고 봄에 깨어나 어른벌레가 된 후에도 줄곧 과수에 달라붙어 피해를 주고 많은 양의 배설물로 그을음병 같은 병해까지 유발한다. 특히 마땅한 천적이 없는 꽃매미는 해마다 번식하며 농경지와 인근 산림 지역까지 이동 서식하는 특성으로 박멸이 어렵다. 꽃매미뿐 아니라 미국선녀벌레·갈색날개매미충 등 이른바 돌발해충 3적(敵)으로 불리는 이들은 시기나 장소에 한정되지 않고 나타난다. 농경지나 산림 지역, 심지어 주택지까지 점령하면서 새로운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돌발해충의 증가는 이상기후가 원인이라 볼 수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겨울철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1.3도 높아 부화율이 높아지고 발생시기도 빨라질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올해는 어느 해보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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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은 국가농작물병해충관리시스템(NCPMS)으로 전국적인 발생정보를 공유하고 발생 지역과 시기 등을 예측하는 조기대응 시스템을 구축해 농업인에게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산림청·지방자치단체 등과 ‘돌발해충 공동방제의 날’을 정해 협업 방제를 추진하고 있다. 또 인력에 의존하던 병해충 판별과 방제 작업 등에 드론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AI로 병해충을 판별하고 빅데이터 분석으로 지역과 시기를 예측하는 등 기상이나 자연재해에 속수무책이던 수동적 농업의 시대에서 벗어나 사전에 대응 가능한 능동적 농업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미국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가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언급한 것처럼 능동적 농업의 시작이야말로 미래 농업기술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할 수 있다. 이상기후 등으로 해마다 돌발해충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지만 충분히 예측할 수 있고 조기 방제 또한 가능하다.

김상남 농촌진흥청 농촌지원국장

윤종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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