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넘게 탄탄한 ‘1강체제’를 유지해온 일본 아베 신조 정권에서 내각 각료들의 실언과 망동이 이어지면서 아베 총리를 향한 ‘책임론’이 일고 있다. 아베 총리의 강력한 입지와 정권의 지지기반이 각료들의 오만한 태도와 기강해이로 이어지면서 정권을 위태롭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06년 1차 집권 당시 주요 각료들의 잇단 추문에 발목이 잡혀 사퇴로 내몰린 아베 총리로서는 비상이 걸린 셈이다.
26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전날 자민당 내 파벌 ‘니카이파’의 파티에서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관련해 실언을 한 이마무라 마사히로 부흥상을 3시간 만에 전격 경질했다. 후임은 원전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현 출신 요시노 마사요시 중의원으로 결정했다.
이마무라 부흥상은 25일 열린 파티에서 “(지진이 발생한 곳이) 도호쿠 지역이라 다행”이라며 “수도권에 더 가까웠다면 막대한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모임에 참석했던 아베 총리는 즉시 “도호쿠 지역 분들에게 상처를 주는 지극히 부적절한 발언이었다”고 사과했지만 당 안팎으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흥상 임명권자인 아베 총리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특히 아베 총리는 4일 이마무라 부흥상이 대지진 이후 스스로 고향을 떠난 피난민들에 대해 “(귀환은) 본인 책임이자 판단”이라며 국가 책임을 부정하는 태도를 보였을 당시 그를 감쌌다는 점 때문에 이번 사태로 더 큰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사건이 터진 지 반나절도 되지 않아 후임자까지 임명하는 이례적인 빠른 조치는 정권에 미칠 더 이상의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부인 아키에 여사 스캔들에 이은 정권 고위각료들의 잇단 말실수와 상식을 벗어난 행동은 장기집권을 노리는 아베 총리를 연일 옥죄고 있다. 교도통신은 2월 이후 장차관에 해당하는 정무3역(대신·부대신·정무관)의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실언 등으로 경질되거나 사죄한 사례가 5건에 달한다며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 같은 행태가 내각의 “해이함”을 드러낸 것이라는 응답이 전체의 73.2%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총리의 한 측근은 “다시 한번 정권을 다잡지 않으면 문제가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야권은 이번 문제를 공론화해 오는 7월 도쿄도의원선거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다마키 데니 자유당 간사장은 “(일개) 장관의 자질이라기보다는 아베 정권의 문화”라고 비난했다. 민진당 등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아베 총리 추궁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