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탄광 속 카나리아' 현대重, 조선 불황 탈출 기지개 켠다

이달에만 18척...9억달러 수주

선가 바닥 친 유조선 발주 재개

"일부 선종 발주 국한" 신중론도





현대중공업그룹 계열 조선3사(현대중공업·삼호중공업·미포조선)의 수주 실적이 예년에 비해 눈에 띄게 개선되면서 조선 업계 전반에 걸친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조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00년대 초반 조선 업황이 침체기에서 회복기로 넘어갈 때 조선사들 사이에서 수주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면서 “이런 측면에서 최근 현대중공업으로 수주 쏠림이 나타나는 것은 조선 시황 회복의 시그널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선복(화물을 실을 수 있는 공간) 과잉이 여전한 컨테이너선과 조 단위의 대규모 해양플랜트 프로젝트 발주는 아직 전무하다시피해 업황 회복이 일부 선종(船種) 위주로 제한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곳곳에서 보이는 회복 징후=26일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전문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 1·4분기 전 세계 선박 발주 규모는 374만CGT(표준화물선 환산 톤수) 137척으로 전년 대비 36.5% 늘었다. 과거 조선 경기 호황 때와 비교하면 턱없이 작은 규모지만 업황 개선의 기미가 조금이나마 감지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초부터 4월까지의 수주 실적 가운데 4월 한 달에만 18척, 8억5,000만달러어치를 수주했다. 올해 누적 수주의 절반 가까이가 한 달 만에 이뤄진 것이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4월 체결된 수주 계약이 전체 수주 실적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면서 “옵션 물량까지 포함하면 4월 한 달에만 31척, 15억달러어치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LPG운반선과 수에즈막스급 유조선 등 총 3척을, 현대미포조선은 LNG벙커링선 2척을 이달 중 추가 수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호중공업은 최근 국내 사모펀드(PEF) 운영사인 IMM프라이빗에쿼티(PE)로부터 3,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삼호중공업 주당 가격을 5만6,000원으로 따졌는데 기업의 시장가치를 2조5,000억원으로 산정했다는 것”이라면서 “조선 업황 회복을 확신하며 업계 선도 기업인 삼호중공업에 투자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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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떨어뜨리는 ‘급전직하’ 선가 바닥 쳤나=현대중공업이 올 들어 신조 선박 시장에서 선전한 것은 일부 선종의 신조 선가가 바닥을 친 데 따른 효과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최근 하락세가 가팔랐던 유조선의 경우 선가가 더 이상 떨어지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해외 선주들이 발주를 앞당기고 있다는 관측이다. 선주들 입장에서는 선가가 반등하기 전에 미리 주문을 해야 유리하기 때문이다.

중국 조선소들은 그간 낮은 인건비 등을 무기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선가를 내세워 신조 발주 물량을 빨아들여왔다. 그 결과 유조선 신조 선가는 겨우 수익을 낼 수 있을 정도까지 뚝뚝 떨어졌다. 최근 클락슨리서치가 집계한 초대형 유조선(VLCC) 선가는 지난달 말 8,000만달러 수준으로 실제 거래는 8,000만달러 아래에서도 다수 체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08년과 비교하면 반값에 불과하다. 임강빈 해운정보센터 책임연구원은 “유조선을 포함한 탱커선의 경우 신조 선가가 워낙 낮다 보니 해외 선주들이 선제적으로 발주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업황 개선 신중론도=찬바람이 부는 조선 업계에 봄이 찾아오기는 아직 이르다는 신중론도 있다. 일부 선종에 발주가 집중되면서 업계 내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수주한 선박 39척 가운데 탱커선이 31척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대우조선해양도 4월 초 누적 수주 7척 가운데 5척이 유조선이고 현대상선과 맺을 5척의 신조 선박 계약도 유조선이다.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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