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et ‘프로듀스101’이 인기를 받기 전 사랑을 받았던 대표적인 서바이벌 프로그램 하나를 꼽아보라면 당연 ‘슈퍼스타K’이다. 남녀노소 제한 없이 가수의 꿈을 꾸는 사람들이 지원해 우승을 노리는 ‘슈퍼스타K’는 시즌1 우승자 서인국과 시즌2 우승자 허각 등을 비롯해 수많은 실력파 가수들을 탄생시켰다.
그 중에서도 허각은 ‘개천에서 용 난’ 대표적인 가수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중졸에 환풍기 수리공이었던 허각은 뛰어난 가창력 하나만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결국 ‘슈퍼스타K2’의 우승자가 되면서 인생역전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당시 허각의 우승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외모도, 조건도 아닌 오로지 실력만으로 유학파 귀공자에 가까웠던 존박을 이겼다는 것이었다.
허각의 우승은 단순한 감동을 넘어 대한민국의 오디션프로그램이 공정하게 치러지고 있음을 직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계기가 됐으며, 아무리 가진 것이 없어도 실력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일종의 희망의 아이콘에 가까웠다.
하지만 흐름을 바꿀 수는 없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 격인 미국 FOX의 ‘아메리칸 아이돌’ 마저 폐지된 가운데, 이미 신선함을 잃어버린 ‘슈퍼스타K’라고 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슈퍼스타K’에 앞서 유사 프로그램이었던 MBC ‘위대한탄생’은 2012년 이미 그 수명을 잃고 막을 내린지 오래였다. 더군다나 실력만 있으면 ‘누구나’ 우승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던 ‘슈퍼스타K’는 뒤로 갈수록 실력 뿐 아니라 그 외적인 것이 작용되는 경향을 보이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뒤로 갈수록 우승자마저 누군지 모를 정도로 화제성이 떨어졌으며, 많은 오디션 스타들이 빛을 보지 못하면서 오디션프로그램의 인기는 점차 떨어져만 갔다. 심지어 만들어진 상품이라고 치부했던 아이돌 가수들 중 가창력이나 퍼포먼스 면에서나 오디션 출연자보다 월등한 이들이 늘어나자 결국 대중들은 오디션프로그램에 대한 흥미를 완전히 잃게 됐다.
마지막까지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이름을 ‘슈퍼스타K8’이 아닌 ‘슈퍼스타K 2016’으로 바꾸며 발버둥을 쳤던 ‘슈퍼스타K’였지만, 한번 떠나간 시청자들의 마음을 돌릴 수 없었다. 결국 ‘슈퍼스타K’는 노력이 무색하게 시즌8로 잠정 폐지를 알려야만 했다.
‘슈퍼스타K’마저 문을 닫으면서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는 모습을 보기 어렵게 됐다. ‘슈퍼스타K’는 대학가요제와 강변가요제가 일찍이 문을 닫은 가운데, 유일하게 기획사를 통하지 않고 가수로 데뷔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역할을 해 왔었다. 물론 ‘슈퍼스타K’ 이후 SBS ‘K팝스타’가 그 역할을 대신 하기도 했지만, 기존 데뷔했던 가수와 기획사 연습생들이 참여하면서 기존 펼치던 경쟁과는 다른 양상을 보여왔다.
그나마 한 쪽문이 닫히면 한 쪽문이 열린다고, 남아있는 MBC ‘판타스틱 듀오’ SBS ‘듀엣가요제’ 등이 가수를 꿈꾸는 일반 참가자가 참여할 통로가 되어주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그냥 우승자라는 타이틀만 있을 뿐이지, 가수로 데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 SBS ‘판타스틱 듀오’ 시즌1에서 이문세와 함께 듀엣을 했던 김윤희의 경우 ‘K팝스타6’ 무대에 도전했지만, 결과는 연습생들의 무대에 우승을 내어줘야만 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오디션프로그램이 시작될 초반까지만 해도 보컬리스트가 성공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가창력 좋은 가수들이 너무 많고, 그 가창력만 가지고 나와서 성공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어쩌면 지금 상황에서 단순히 노래만 잘 부르는 친구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싱어송라이터라든지 아티스트라든지 노래를 잘 못해도 개성적인 면을 가지고 있거나 장르적으로 다른 것들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시대인 것”이라고 바라봤다.
허각과 같은, 실력 있는 일반인들이 가수로 데뷔할 수 있는 출구는 더더욱 좁아지고 있다. ‘슈퍼스타K’ 허각, 버스커버스커 ‘K팝스타’ 박지민, 이하이, 악동뮤지션 등과 같은 가수들이 연습생으로 회사와 계약하지 않는 이상 가요계에 이와 같은 가수들의 모습을 보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쉽게 말해 기획사 입맛에 맞는 가수들은 늘어나는 반면, 어쩌면 진짜 노래를 부르는 ‘천재형 가수’들의 모습은 보기 힘들 수 있다는 것이다.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