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M&A는 심리전이다

임태순 케이프투자증권 사장



기업 인수합병(M&A)의 공개입찰은 매수자의 제안 중에서 가장 좋은 조건을 선택해 거래조건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기업을 사고파는 M&A 시장뿐만 아니라 농수산물 경매, 예술품 경매 등 다양한 시장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반면 수의계약(프라이빗딜)은 매도자와 매수자 간의 개별적 협상을 통해 거래조건을 결정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프라이빗딜보다는 공개입찰을 할 경우 경쟁입찰자 간의 가격 상승을 노려볼 수 있기 때문에 매도자 입장에서 더 유리하지만 매수할 능력과 의지를 가진 진성 인수후보가 다수일 때 성립할 수 있는 말이다.

진성 인수후보가 소수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입찰과정을 통해 유력한 경쟁자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협상 주도권이 인수후보들에게 넘어가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매각 측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미 공개돼 매각철회도 쉽지 않다.


반대로 프라이빗딜 방식은 인수후보자는 유력한 경쟁자가 소수이거나 없을 것이라고 예상은 하면서도 확정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혹시라도 경쟁자가 생길 수 있다는 걱정을 하게 된다. 이러한 심리상태는 인수 가격을 올려 제안하게 만들기도 한다. 더구나 비밀리에 협상이 진행되고 있어 외부에서는 매각추진 사실을 모르고 있기 때문에 매도자는 쉽게 매각을 철회할 수도 있다. 또 매각철회 카드는 매도자가 인수후보자를 압박할 수 있는 강력한 협상카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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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수경쟁의 강도에 따라 매각주관사의 역할도 차이가 난다. 매수경쟁이 강할 때 매각주관사는 매도자와 인수후보자 간의 직접적인 의사소통을 단절하는 역할을 하면서 인수후보자가 매도자의 의도나 입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게 해야 한다. 그러면 인수후보자는 정보 부족에 따른 불안감이 생기게 되고, 그 불안감은 경쟁상황과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가격상승을 유도하는 기능을 하게 된다. 반대로 경쟁이 약할 경우에는 불안감이 작용해 거꾸로 가격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경쟁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인수후보자는 매도자 측에 불안감 해소를 요구할 것이고,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으면 그만큼 가격을 낮추게 된다. 따라서 매각주관사는 매도자와 인수후보자 간의 의사소통을 단절시킬 것이 아니라 소통 창구로서의 역할을 하면서 불안감을 해소시키려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매도자와 인수후보자의 의도나 입장을 감안해 서로가 만족할 수 있는 거래구조를 도출하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

대부분의 M&A가 입찰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 사례를 조사해보면 프라이빗딜이 상당히 많다. 그리고 매도자와 매수자가 모두 만족하는 성공적인 M&A사례들을 보면 프라이빗딜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인수후보자가 적은 경우 △공개 매각시 영업기밀 유출 우려가 많은 경우 △신속한 매각이 필요한 경우 △매각을 추진한다는 사실이 공개될 시 부작용이 큰 경우 등에는 프라이빗딜이 오히려 매수매도자 모두에게 유리하다. 아울러 매수의사가 확실한 상대방을 선택해 협상을 진행하기 때문에 성사 가능성이 높고, 짧은 시간 안에 거래를 종결한다는 장점도 있다. 공개입찰 M&A가 항상 좋은 결과를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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