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2014년 삼성그룹으로부터 인수한 한화테크윈을 4개 회사(존속법인 포함)로 분할한다. 이를 신호탄으로 한화그룹 내 흩어져 있는 방산사업 간 합종연횡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최근 2~3년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방산사업을 빠르게 키워 온 한화그룹이 사업 확장을 일단락짓고 정비 작업에 착수했다는 분석이다.
◇ 한화테크윈, 방산·에너지장비·산업용장비사업 물적분할 = 한화테크윈은 27일 이사회를 열어 방산과 에너지 장비, 산업용 장비 등 3개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100% 자회사로 두는 안건을 처리했다. 3개 사업을 독립 자회사로 떼어 낸 한화테크윈에는 항공엔진과 시큐리티(보안) 사업만 남게 된다. 분할 기일은 7월 1일. 한화테크윈은 추후 시큐리티 사업의 인적 분할도 추진하기로 했다.
한화테크윈 관계자는 분할 결정과 관련해 “항공 엔진과 방산, 시큐리티, 산업용 장비 등의 사업 성격이 확연히 다르고 사업간 시너지를 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면서 “독립 법인으로서 고유 영역에 전문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항공엔진 사업은 항공기에 들어가는 엔진과 주요 부품을 생산하고 에너지 사업은 압축기, 산업용 장비 사업은 칩마운터 등이 주력이다. 방산 사업은 우리 군의 핵심 전력인 K9자주포를 생산한다.
분할 작업이 마무리되면 한화테크윈엔 기존 자회사인 한화시스템을 비롯해 한화다이나믹스(방산), 한화파워시스템(에너지 장비), 한화정밀기계(산업용 장비) 등 총 4개 자회사가 생긴다. 원래 한화테크윈의 100% 자회사인 한화디펜스는 분할되는 한화다이나믹스 자회사로 들어간다.
◇ 교통정리 되는 방산 사업 = 이번 분할은 한화테크윈 자체 사업 재편이라는 의미 외에 그간 숨가쁘게 진행돼 온 한화그룹의 방산 사업 경쟁력 강화 움직임이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의미도 있다.
한화그룹은 2014년 한화테크윈(옛 삼성테크윈)과 한화시스템(옛 삼성탈레스)을 인수했고, 지난해에는 한화디펜스(옛 두산DST)를 사들였다. 2~3년 만에 이뤄진 방산 역량 강화 작업이었다. 그 결과 한화그룹의 방산사업의 매출은 지난해 4조원을 훌쩍 넘기며 금융·화학 등과 함께 그룹의 주력으로 자리매김했다.
방산사업의 덩치는 커졌지만 산별적 M&A로 주요 사업이 그룹 내에 이합집산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한화그룹의 핵심 고위 관계자는 “각 계열사에 흩어져 있는 방산사업을 어떻게 정리해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며 향후 계열사 간 합병 등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화그룹의 방산사업은 ㈜한화와 한화테크윈(분할 후 한화다이나믹스), 한화디펜스, 한화시스템 등으로 나뉘어 있다. 지난해 ㈜한화가 한화디펜스와 한화시스템으로부터 레이저 사업을, 한화디펜스로부터 항법장치 사업을 넘겨받고 대신 탐색기와 지상 무인화 체계를 각각 한화시스템과 한화테크윈에 양도하기로 하는 등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작업을 벌여 왔다.
지난해 방산 계열사 간 사업 양수도에 이어 이번 한화테크윈의 물적분할을 계기로 추가적인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도 크다. 특히 장갑차 등 기동 무기체계를 생산하는 한화디펜스가 K9 자주포를 생산하는 한화다이나믹에 흡수합병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화테크윈 관계자는 “양사가 지상 방산사업이라는 공통 분모를 토대로 시너지를 도모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화 기계부문과 한화정밀기계와의 통합 가능성도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