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수출호황에 '예상 밖 훈풍'…가계까지 온기 퍼져야 경기회복 탄력

[1분기 성장률 0.9%…깜짝실적인가 추세전환인가]

① 경기 바닥 찍었나

주요지표 일제히 상승하지만 '기저효과'…낙관 일러

② 수출주도 성장 이어질까

반도체 등 일부품목 국한…고용 유발효과 적어 한계

③ 가계소비 회복은 언제

'수출-내수 선순환 고리' 형성 돼야…차기정부에 달려

한국은행은 27일 올해 1·4분기의 경제성장률이 0.9%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시장은 “깜짝 실적”이라고 평가했다. 시장 예상치(0.7~0.8%)를 웃돌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우리 경제에 온기가 불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하고 있다. 주요 기관들이 한국경제를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각도 늘었다. 한은을 비롯해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성장률을 소폭 상향 조정했다. 최소한 더 나빠지지 않는다는 신호다. 그렇다고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하는 국면에 진입했다”는 진단은 보기 힘들다. 추세의 전환으로 보기에는 아직 확인해야 할 것들이 많다는 것이다.

2815A08 분기별 GDP 성장률




2815A08 설비·건설투자 증가율


2815A08 민간소비 증가율


2815A08 순수출의 GDP 기여도



①경기 바닥 찍었다?…“긍정적 회복신호 있지만 성장세 더 확인해야”

주요 지표는 물론 일제히 위쪽을 가리키고 있다.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지면서 코스피지수는 2,200을 넘어 사상 최고치(2,231.47)를 향하고 있다. 반도체 ‘슈퍼호황’ 덕에 수출은 이달에도 20% 이상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취업자 수도 46만6,000명 늘어 건설업 취업 증가로 1년 3개월 만에 최대를 보였다. 낙관할 정도일까. 최근의 지표 개선은 반도체 등 수출 호조업종의 설비투자(4.3%)와 건설투자 증가(5.3%)에 힘입었다. 0.9%의 수치는 기저효과가 컸다는 분석도 있다. 비교 기준인 지난해 3~4분기의 성장률이 워낙 낮았고 이 때문에 전기 대비 성장률이 큰 폭으로 올랐다는 것이다. 현재의 성장세가 계속 이어진다고 해도 올해 2·4분기 이후 수치는 낮게 나올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기가 선순환 국면에 진입했다고 장담하기 아직 이른 상황”이라고 밝힌 이유다.


②수출주도 성장 이어질까…“반도체 등 IT 중심 증가, 여타 업종 저변 넓어져야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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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가 다소 위축돼도 수출이 더 확대되면 전체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1·4분기 국내총생산(GDP)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석유화학 등의 수출(1.9%) 증가로 설비투자(4.3%)가 늘어나며 성장률(0.9%)을 견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경제에서 반도체가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수출 주도 성장이 지속되려면 다른 업종까지 투자의 저변이 넓어져야 하는데 현재의 수출 호조품목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유가 상승에 따른 석유화학 등 일부 품목에 국한됐다. 더욱이 반도체 등 전기전자(IT) 업종은 자동화율이 높아 설비투자 증가로 고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늘지는 않는다. 고용 없는 성장이 이어지는 요인이다. 반면 고용유발 효과가 큰 자동차와 조선·무선통신기기 등은 여전히 수출이 정체되거나 감소하고 있다. 수출의 온기가 ‘수출 증가-설비투자’까지 온 후 ‘고용증가-소득증가-민간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고 보는 근거다.

③더딘 가계소비 회복 …“고용과 소득 늘어야 수출-내수 선순환 고리 형성돼”

민간소비는 GDP 내 비중이 가장 크다. 60% 안팎이다. 경제성장률 수치가 꾸준히 호조를 보이려면 민간소비의 반등이 필수적이다. 수출이 늘고 성장률도 좋아졌지만 민간소비는 기대 이하다. 1·4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0.4%에 그쳤다. 이마저도 사상 최대(651만명)를 기록한 해외여행객 증가에 영향을 받았다. 수출 증가가 아직 본격적인 내수회복으로 연결되지 않았고 경기 개선을 별로 체감하지 못하는 서민들은 지갑을 열지 못했다는 얘기다. 일부 수출 대기업은 이익을 많이 내고 있지만 중소기업과 가계로 과실이 흐르지 않은데다 소득 양극화, 가계부채 급증, 인구 고령화 등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소비를 제약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와 중국의 사드 보복 등 대외여건도 녹록지 않다. 미국의 금리 인상 역시 악재다. 우리나라 시중금리를 끌어올려 가계의 이자상환부담을 키울 수밖에 없다. 가계가 소비를 더 줄일 여지가 커지는 것이다. 성 교수는 “차기 정부가 추경 등을 통해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높이는 대책으로 내수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소득이 뒷받침 안 되면 소비가 좋아질 수 없다”며 “수출 경기 개선으로 투자할 여력이 있는 민간이 고용을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게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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