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통령 선거 결선에 출마한 마린 르펜 후보가 노동자와 서민 계층에 초점을 맞춘 게릴라식 선거운동 전법을 펼치며 지지율을 높여가고 있다. 반면 유력주자로 꼽히는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는 눈에 띄는 차별점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르펜은 27일 새벽(현지시간) 일찍부터 남부 지중해 연안의 항구도시 ‘그로 뒤 루아’를 찾아 어민 등 서민계층의 반(反)세계화 정서를 자극했다. 동이 트기도 전 오전 6시쯤 흰색 파카를 입은 채 참모들과 함께 항구를 찾은 르펜은 조업에 나서는 트롤어선에 탑승해 “내 할아버지도 어부였다. 내가 있어야 할 곳에 온 것 같다”고 말하는 등 친근감을 표시하며 한 표를 호소했다.
르펜은 이날 4시간가량 어선에 탑승해 “월풀 공장이 해외로 이전하고, 일터를 떠나는 우리의 어민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면서 마크롱을 “고삐 풀린 세계화를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비난했다. 뭍으로 돌아와서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조업하는 사진과 영상을 올린 뒤 “우리 어민의 조업을 가로막는 유럽연합의 규제들이 너무 많다. 불합리한 제약들로부터 어민들을 해방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어선 이벤트 역시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것으로 확인됐다. 트롤어선의 소유주는 2015년 지방선거 후보로 나섰던 FN 당원이었다.
또한 르펜은 결선 레이스가 시작되자마자 마크롱을 기업규제 완화와 자유무역 만능주의자로 몰아세우며 자신이 진정한 서민의 대변자임을 보여주는 기습 이벤트를 벌이며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지난 25일 새벽에는 서민들이 주로 찾는 파리 외곽의 농수산물 시장을 찾아 마크롱에 대한 공세를 취했고, 26일에는 마크롱의 고향인 아미앵에 있는 미국계 가전기업 월풀 공장을 깜짝 방문해 친노동자 스탠스를 취하며 마크롱을 냉혈한 신자유주의자로 공격하는 선거운동을 펼쳤다. 마크롱은 뒤늦게 같은 공장을 찾아갔으나 폴란드 이전 계획으로 실직위기에 처한 직원들은 그에게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이렇듯 르펜이 결선 레이스 초반부터 노동자와 서민을 타깃으로 유럽연합 탈퇴, 보호무역, 프랑스 우선주의를 강변하는 사이 마크롱은 이렇다 할 대응을 내놓지 못하고 르펜의 뒤를 쫓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7일 발표된 여론조사들에서 마크롱의 결선투표 지지율은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해리스인터랙티브 조사에서 마크롱은 61%, 르펜은 39%로 나왔는데 마크롱은 지난 20일 발표치보다 6%포인트나 하락했다. 오피니언웨이 조사에서는 마크롱 59%, 르펜 41%로, 마크롱은 60%도 넘지 못했다. 지난 21일 조사에서 마크롱은 65%, 르펜은 35%였다. 오피니언웨이가 하루 단위로 해온 결선 지지율 조사에서 마크롱을 상대로 르펜이 40%를 넘은 것은 지금까지 두 번뿐이다.
이 같은 결과는 마크롱이 1차투표 1위를 확정 지은 직후부터 호화 자축연 등 구설에 휘말린 것과 달리 르펜이 결선레이스 초반부터 선전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급진좌파 진영 대선후보 장뤼크 멜랑숑이 결선진출 실패 이후 별다른 입장표명을 하지 않는 것도 마크롱의 지지율 하락에 상당 부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